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의 표결 시한을 하루 앞둔 23일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당청은 시한에 맞춰 대통령 개헌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하지만 야4당은 “개헌안 무산의 책임을 야권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본회의 보이콧을 예고했다. 정치권의 개헌논쟁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 계산으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24일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지 60일째가 되는 날이다. 헌법 130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 개헌안은 발의 후 60일 이내 국회가 표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본회의를 소집한 한데 이어 민주당은 단독 본회의라도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24일 본회의는 헌법 절차에 따라서 국회의장이 소집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합의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야권은 일제히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표결 처리하면 국회가 개헌안을 걷어찼다고 호도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본회의에서 무산되는 상황이 되면 ‘개헌 대 호헌’ 프레임이 굳어져 책임론이 부각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 야3당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공식 요구하며 본회의 불참 가능성을 예고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후 “여당이 홍문종ㆍ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에 따른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내부적인 (행동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야3당은 본회의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민주당(118명)이 참석하면 단독으로도 본회의 개의는 가능하다. 다만 야권이 모두 불참을 예고하고 있어 의결정족수(192명)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이상이 있으면 개의할 수 있지만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표결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 정부 개헌안은 계류 혹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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