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급감
30일부터 입원적합성심사도 실시
1년 전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영향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는 환자 비율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0일부터 환자 등의 신청에 따라 강제 입원의 적절성을 조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강제 입원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제 입원이 줄어 환자 인권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말 전국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자의 입원과 비자의(강제) 입원 비율은 각각 38.4%, 61.6%였다. 환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병원에 강제 입원한 환자가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4월23일 조사 시에는 자의 입원과 강제 입원 비율이 각각 62.9%, 37.1%로 역전됐다. 이 기간 전체 입원 환자 수는 6만9,162명에서 6만6,523명으로 3.8%(2,639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갑작스런 대량 퇴원을 막으면서도 강제 입원을 자의 입원으로 원만하게 전환했다는 게 복지부의 자체 평가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5월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과거 정신보건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강제 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한 정신건강복지법이 새로 제정됐다.
법 시행 뒤 1년간 적용이 유예됐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원심사위)도 오는 30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정신과 전문의, 법조인, 환자 가족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입원심사위가 새롭게 강제 입원한 환자에 대해 1개월 이내 입원이 적합했는지 심사한다. 환자의 신청을 받거나 위원장 직권으로 심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연간 4만여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철웅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 전문위원(한양대 로스쿨 교수)은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입ㆍ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상당하다. 한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강제 입원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결국 가족들이 강제 입원 환자를 설득해 자의 입원 시킨 것에 불과하고, 이 과정에서 가족만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원심사위에 대해서도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립병원 소속 조사원들이 정신과 전문의 2명이 판단한 내용을 번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퇴원한 환자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인프라는 복지부 스스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부족함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복지부는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전에 머물며 사회 적응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중간집’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인력을 2022년까지 1,455명 늘릴 예정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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