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전략성 부족한 즉흥적 결정” 으로 비판
WSJ “북한 본질 변하지 않아 실패 회피한 결정” 긍정
NYT 중재역할 한 한국과 상의않은 점은 경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의사결정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지만, 회담의 실패를 미리 막은 잘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결정은 수십년 간 변덕스러웠던 북미관계를 고려하면 놀라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애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과도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것이 잘못이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더 회담을 열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를 더 깊은 궁지로 몰아넣었다”며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지금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취소하기 전 회담이 성사되도록 중재 역할을 한 한국과 상의도 하지 않았다면서 “동맹국에 대한 경솔함을 보였다”고도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는 그가 모든 외교를 시작할 때처럼 성급하고 전략이 부재한 즉흥성이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결정했을 때도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는 성명을 내놓거나 북한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북한 정권이 빠르게 무장해제할 것이라는 비현실적 가능성을 선전하는 등 곳곳에서 즉흥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얘기다. WP는 이처럼 비중 있는 사안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 행동으로 혼란을 야기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북한은 최소한 미국의 수사(修辭)에 반응하고 있었으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용의가 여전히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담 실패 피하기’제하의 사설을 싣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SJ는 북한 성명들의 적개심 가득한 어조 때문이 아니라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미군 철수를는 포함한 군비 통제를 의미하며, 그의 선대(先代)가 그랬던 것처럼 김정은 역시 지키지도 않을 비핵화 약속을 대가로 경제제재와 원조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였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수용한 이유 중 일부느 2000년대에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을 다시 추구하려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제대로 (트럼프에게) 전하지 못한 점도 있다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WSJ는 그러면서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 추진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재를 느슨하게 한 부작용도 가져왔다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고 그래서 이를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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