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종 시험비행 성공
내달부터 정식 서비스 예정
사람이 하면 3~6개월 걸리던
풍력발전기 점검 1, 2주로 줄여
교량ㆍ군사시설 등 활용분야 무궁
“처음 산업용 드론을 생각했을 때 인공지능(AI)까진 생각 못 했어요. 산업용 시설이면 설계도면이나 시공도면이 있을 테니까, 위치 정보를 입력해서 비행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시공이 설계랑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주변 환경도 계속 달라지니까요.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드론이 알아서 비행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동차 자율주행과 비슷한, 드론의 자율비행인 거죠.”
최재혁(31) 니어스랩 대표는 성장의 전환점이 된 ‘드론과 AI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니어스랩은 국내 최초로 AI 기반 드론 자율비행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으로, 최근 최종 시험비행에 성공해 7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드론이 알아서 산업구조물 외관을 점검한 뒤 데이터를 서버에 전송하고 내려온다. AI 접목 이전엔 수많은 드론 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니어스랩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AI 자율비행의 선두주자가 됐다.
니어스랩은 최 대표가 고등학교 동창이자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동창 정영석(31) 최고기술자(CTO)와 함께 2015년 설립했다. 대학 졸업 후 각기 취업했던 둘은 1년간 저녁마다 만나 ‘더 보람 있는 일’을 고심하던 중, ‘위성이 데이터 수집으로 인간의 삶을 한 단계 변화시켰듯 드론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는 “현재 드론은 촬영 물류 등 활용 영역이 국한돼 있는데, 데이터 수집 용도로 사용하면 새로운 차원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기 3명이던 직원은 이제 16명으로 늘었고,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6년 벤처캐피털 본엔젤스와 퓨처플레이로부터 3억5,000만원 투자를 받기도 했다.
니어스랩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풍력발전기 점검용 드론이다. 니어스랩의 기술을 활용하면 길이 100m짜리 날개가 3개 달린 풍력발전기 한 기를 점검하는 데 15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아 사람이 3~6개월 걸려 하던 전체 단지 점검을 1, 2주로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점검 동안 발전기를 멈춤으로써 생기는 기회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또 사람이 170m짜리 풍력발전기 위에 올라가 몸에 밧줄을 걸고 내려오며 일일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자율비행의 첫 대상으로 풍력발전기를 선택한 이유는 사업 초기인 만큼 AI 점검 프로그램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세상에 하나씩밖에 없는 교각이나 댐보다는, 한 단지 안에 똑같은 제품이 수십 개씩 있어 데이터 수집이 편리하고 해외에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풍력발전기가 첫 프로젝트로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니어스랩이 연구하고 있는 AI 기반 자율비행 기술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 ‘엔비디아(NVIDIA) GTC 2018’에 초청받은 드론업체는 전 세계에서 니어스랩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이었다. 니어스랩의 자율비행 기술 소개 이후 많은 해외 업체로부터 협업 요청이 들어왔다. 최 대표는 “콘퍼런스를 계기로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면서 “산업용 안전점검인 만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시험비행을 했고, 여름에 국내 서비스 출시에 이어 하반기에는 해외에서도 서비스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율비행이 상용화되면 사용될 수 있는 시장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교량이나 댐, 전신주 등을 점검하는 산업용 시장이다.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만큼 위험성이 높은 국방 분야 이용도 기대할 수 있다. 니어스랩의 가능성에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송전탑, 통신사 기지국, 가스나 석유 시설 등 주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있는 산업 시설들이다. 최 대표는 “AI를 활용해서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해낸다는 점이 니어스랩의 매력”이라며 밝게 웃었다.
회사 이름 ‘니어스랩(Nearthlab)’은 ‘인공위성이 인간에게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한 것처럼, 드론을 활용해 지구와 더 가까운(Near Earth) 곳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초기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던 것이 이제 우리의 노하우이자 강점”이라면서 “누구도 가지 않은,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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