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체제보장 방안 논의
靑 “북미 불가침 약속도 검토”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북한 체제보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특히 종전에 논의됐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물론이고 북미 간 불가침 조약 체결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전날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남북 간 실무 차원에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북미 간) 상호 불가침 약속을 다시 한다든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거나 남북미 3국 간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당사국 간 회담 개최는 지난달 판문점선언에 이미 담겼던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며 ‘북미회담-종전선언-평화협정’ 시나리오를 공식화했다.
반면 북미 간 불가침 약속 필요성을 남측 당국자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2005년 9ㆍ19공동성명에도 북미 간 불가침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그 이전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도 “미국의 대북 핵무기 불사용에 관한 공식 보장” 정도의 합의만 있었을 뿐이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불가침 약속 필요성을 북측이 강하게 거론했던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미국 국내법이 보장하는 수준의 불가침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북미 간 불가침 약속을 거론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체제보장 약속에 대한 북한의 걱정이 큰 만큼, 미국 내부의 정권교체로 이행이 불투명해 질 수 있는 단순 합의가 아닌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불가침 조약을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불가침 조약의 당사자인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북한은 조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압박 수위를 높이자 2002년 10월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자”고 공식 제안했지만, 부시 행정부가 외면하면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대북 체제보장을 약속하고 있으나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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