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보안 위해 영부인 차 이용
“이렇게 쉽게 북쪽에서 만남으로써
남북 새로운 시대 열렸다 생각해”
김정은 “4ㆍ27 명장면 10초 깜작 방북”
문 대통령 “김 위원장 인기 높아져” 덕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은 토요일인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강력했다. 남북 정상 간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깜짝’ 만남을 통해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회담장인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 도착했다. 평소 이용하던 검은색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가 아닌 회색 벤츠 차량을 이용해서다. 보안을 위해 부인 김정숙 여사가 주로 이용하는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비밀리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문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맞은 인사는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었다. 북측은 의장대 사열을 준비했다. 전날 김 위원장 제안으로 이뤄진 긴급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약식으로 진행됐다. 북한군 20명가량이 소총을 들고 통일각 현관 앞에 깔린 붉은 카펫 주위에 서 있었고, 문 대통령이 입장하는 순간 ‘받들어 총’ 자세를 취했다. 가장 바깥쪽에 있던 병사는 의례용 검을 들어 문 대통령에게 경례했다.
김 위원장은 통일각 로비에서 검은 인민복 차림으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4ㆍ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만의 재회였다. 두 정상은 손을 맞잡은 채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어 방명록 작성과 기념 촬영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반도의 평화의 번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이 오른편에 서서 자리를 지켰고, 문 대통령이 방명록 작성을 마무리하자 박수를 보냈다. 두 정상은 백두산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담은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좋은 자리에서 맞이하고 제대로 된 운전 차량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잘 못해 드려 미안하다”며 “앞으로 이야기가 좋은 결실을 맺어 가을 초에 평양에서 대통령을 맞이하겠다”고 했다. 한 달 만의 재회를 두고서는 “평양과 서울이 가까워지는 과정”이라면서 “자주 만나서 얘기 하고, 같이 한 곳에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가을에 평양을 방문해서 제대로 대접 받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쉽게 북쪽에서 만남으로써 남북 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개선된 남북관계를 앞으로 잘 살려나가자”고 화답했다.
4ㆍ27 정상회담 당일을 회상하며 덕담도 주고 받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10초 동안 (북쪽으로) 깜짝 넘어오는 것이 명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높아졌다”고 발언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대화 종료 후 김 위원장은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문제를 위해 (문 대통령이) 오셨고, 허심탄회하고 긴밀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소회를 밝히며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각자 책임과 본분을 다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함께 협력해 나가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며 “남북 평화를 위해서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또 “(다시) 도보다리에서 함께 하자”고도 했다.
두 정상은 통일각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왼쪽,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세 차례 걸쳐 문 대통령을 얼싸 안았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등을 손으로 두드리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한 후에도 서로를 향한 인사는 계속됐다.
북한 매체는 27일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오전 9시 12분부터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를 담은 7분 20여 초가량 영상을 공개했고, 배경 음악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사용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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