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ㆍ폭언’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경찰에 출석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회유 시도는 부인했다. 이 이사장은 10명이 넘는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 등에 폭언을 퍼붓거나 손찌검을 한 혐의(업무방해ㆍ폭행)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쯤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 이사장은 ‘상습 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가위와 화분을 던진 게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갑질 폭로를 않는 대가로 일부 피해자들에 거액을 제시하며 회유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회유한 사실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는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운전기사, 자택 경비원, 가사도우미 등을 한 달에 걸쳐 광범위하게 조사해 10명이 넘는 피해자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소환된 이 이사장을 상대로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밀친 사실이 있는지, 2013년 여름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두른 게 맞는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상습성 여부와 추가 혐의점이 있는지도 면밀히 들여다 볼 방침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폭행죄와 달리 상습폭행, 특수폭행죄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이날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는 정의당과 민중당 등 진보정당을 비롯한 일부 단체가 이 이사장 갑질 행위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재벌체제 해체하라’, ‘재벌갑질 오너경영 조양호 일가 퇴진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속 수사를 진행하라”고 외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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