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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라운지를 ‘그분 라운지’로… 숨기고픈 선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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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라운지를 ‘그분 라운지’로… 숨기고픈 선배 이름

입력
2018.05.30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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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김활란ㆍ영남대 박근혜도

역사적 재평가로 논쟁 여전

“대학 시설물 주인은 학생

이름 달때 학생 공감대 우선돼야”

고려대 학생들이 28일 서울 성북구 안암캠퍼스 경영대학 건물 내 있는 이명박 라운지에 모여 있다.
고려대 학생들이 28일 서울 성북구 안암캠퍼스 경영대학 건물 내 있는 이명박 라운지에 모여 있다.

“팀 과제 모임? ‘그 분 라운지’에서 하자!’”

요즘 서울 성북구 고려대 재학생들 사이에서 경영대학 건물(LG-포스코관) 2층 ‘이명박 라운지’는 ‘그 분 라운지’로 통한다. 지난달 9일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일부 학생들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장소를 지칭하기 시작하면서다. 김모(21)씨는 29일 “정말 나중에 유죄 판결이라도 난다면 여길 찾을 때마다 껄끄러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학가 곳곳이 ‘과거사 진통’을 겪고 있다. 과거 학교에 공을 세운 인물을 기리자며 이름을 여기저기 학내 시설물에 붙여 놨는데, 해당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이름을 바꿀지, 유지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라운지는 2003년 명명 당시부터 학내에서 “대학 시설에 고액 기부자 이름을 붙여 업적을 기리는 건 세계적 추세”란 찬성의견과 “그래도 현역 정치인 이름을 붙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왔다. 논쟁 끝에 약 100석 규모 학습·모임공간에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전 대통령 이름을 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는데, 일부 졸업생은 최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장소 개명이나, 명명 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중이다.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꼴인데, 아직도 라운지 이름이 바뀌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름을 바꿔 동문들의 사랑을 고루 받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친일 행적이 인정된 뒤 건국훈장을 박탈당한 설립자 인촌 김성수 동상을 두고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화여대에선 김활란 초대 총장의 친일 행적을 두고 학내 갈등이 빚어졌다.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이 학생 1,000여명으로부터 100만원가량 모아 김 총장 동상 앞에 설치한 ‘친일행적 알림 팻말’을 교내 규정에 반한다며 학교 측이 10여일 만에 철거하면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우고,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운영했던 영남대에선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한 뒤 교수회와 직원노조 등을 중심으로 두 전직 대통령 흔적 지우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로 인한 갈등은 그만큼 학내 비판의식이 깨어있다는 증거”라며 “대학의 실질적 주인은 학생인 만큼 학교측 논리보다는 학생들의 공감대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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