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시는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소, 돼지, 닭처럼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소들이 도축이나 조리에 대해 위생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사각지대에 있는 개식용을 아예 합법화하겠다는 것이어서 당시 동물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다른 가축도 개와 다르지 않다’,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고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반대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난주 동물권 연구를 위한 변호사 단체 피앤알(PNR)과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제안에 따라 ‘축산법’상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동안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제외되어 있어 개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이제 보신탕은 사라지는 것인지,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졌다.
법안 제안을 주도한 피앤알 서국화 변호사에 따르면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개는 축산법상 ‘가축’과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이라는 이중적 지위에서 반려동물로만 인정된다. 축산법 목적 자체가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는 만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를 식용으로 대량 사육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의원도 개정이유에 대해 개를 공장식 사육하면서 동물 복지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로 인정되면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주택과 준주택에서 기르는 개’, 주택과 준주택 외의 장소에서 ‘반려목적’으로 기르는 개에 대해서만 동물등록의 의무가 있었다. 때문에 공장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개나 개농장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개는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반려동물로서의 지위가 생기면 모든 개는 다 등록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대량사육도 할 수 없고, 모든 개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개 식용을 금지한다는 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식용개 사육은 어렵게 된다. 동물복지문제 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당장 특정 동물 식용금지는 어렵기 때문에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식용 논란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83년부터 도로변과 도심에서의 보신탕 영업을 금지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유독 올해부터 경기 성남 모란시장 철거, 무허가 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부여 예외 등으로 인해 개식용 폐지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1년 동안 청와대에 가장 많이 접수된 일반민원 1위도 1,027건에 달한 ‘개ㆍ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식용 반대’ 요청이었다. 개식용 폐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개가 법에서도 가축을 떼고 반려동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음으로써 개식용 폐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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