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재홍(30)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름이 없다. 그가 최근 맡은 역할은 '조직원1'이다. 무명배우인 그가 최근 유명해진 이유는 화재 현장으로 목숨을 구한 선행 덕분이다.
박씨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을 지나가 우연히 화재 현장을 목격했다. "불이야!"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박씨는 무작정 따라 뛰어들어갔다.
박씨는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연기가 맵고 시야가 탁해져 화재현장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불이야'라고 외치신 사장님이 그 집 문 앞에 먼저 도착하셨는데, 본인이 왔을 때 안에 인기척이 있다고 하셨다"고 했다.
박씨는 "영화에서 보면 손잡이를 총으로 쏘면 열리잖느냐. 그래서 손잡이를 소화기로 내리쳤는데 굳게 닫힌 문이 꿈쩍도 안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1층에 있던 인테리어 사장에게 공구를 요청했고 그는 도구 등을 챙겨 화재 현장으로 왔다.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카센터 사장과 박씨, 인테리어 사장은 힘을 합쳐 문을 부순 뒤 인기척을 내던 사람을 구조했다고 했다.
박씨는 "문을 열자마자 현관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분 위로 신발장 같은 게 무너져 있었고, 검은 연기 사이로 불길이 보였다. 우선 끄집어내야겠어서 그냥 잡히는 대로 끌어냈다"고 말했다.
"무섭지 않았냐"는 질문에 박씨는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사람이 보이니까 '데리고 내려가면 되겠다' 했다. 한편으론 안에 사람이 더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답했다. 박씨의 걱정과 달리 다행히 건물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박씨와 카센터, 인테리어 사장 등이 쓰러져있던 사람을 구조해 나오던 그때 소방당국이 도착했다고 알려졌다. 박씨는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그때 잠깐 어지럽고 목 따가웠던 거 말고 괜찮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씨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따로 정해진 이름도 없는 '마약반 조직원1'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그는 "선량한 시민 역할은 아니다. 이름은 없고 숫자로 1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박씨 등 의인 3명이 구조한 이는 불이 난 오피스텔 건물에 홀로 살던 서울대 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기도가 붓는 등 치료 중으로 알려졌다. 박씨와 카센터 사장, 인테리어 사장은 최근 서울관악소방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고, LG복지재단에서 LG의인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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