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특촬물(특별촬영물) 게시판에 ‘지구방위대 후’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이 쓴 글이 화제가 됐다. 1990년대 초반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어린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드라마 시리즈 ‘초신성 플래시맨(1986~87)’ 주인공 중 한 명의 실제 촬영의상(의상, 헬멧, 벨트, 장갑)을 거금을 주고 사들였다는 내용이었다.
후뢰시맨은 외계 존재에 맞서 5명(레드, 그린, 블루, 옐로, 핑크)의 인간 용사가 지구를 지키는 내용의 50부작 드라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 ‘토에이(東映)’가 제작했다. 네티즌이 구입한 옷은 레드 역 타루미 토타(垂水藤太ㆍ59)가 입었던 ‘레드 후뢰시’ 의상. 지난 4월 일본의 한 경매사이트에서 무려 155만 4,000엔(약 1,546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이는 거래 가격 등으로 환산한 관세 약 400만 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 네티즌은 “세계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물품이기 때문에 관세법상 ‘수집품’으로 적용되도록 대전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에 물품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관평원은 수출입품목 분류 업무 등을 수행하는 관세청 산하 기관이다. 네티즌에게 답이 온 건 지난 15일. 관평원은 ‘품목분류 사전심사 회신’이라는 통지서에서 “본 물품은 전대물(특별촬영물)의 방송사적 측면에서 그 당시 방송사를 연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는 사학(Historical)에 관한 수집품으로 보아 관세율표의 해석에 관한 통칙 제1호 및 제6호에 따라 제9705.00-0000호에 분류한다”고 답했다. 네티즌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관세율표는 수입 물품에 매기는 세율을 정리해 놓은 표다. 관세율표 제9705호에 따르면 수집품은 ‘본질적 가치는 적지만 희소성이 있고, 겉모양이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물품’이다. 통지서에 따르면 ‘후뢰시맨’ 의상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사학 수집품’으로 분류됐다. 수집품으로 지정되면 관세가 전액 면제된다.
관평원 관계자는 3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집품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희소성과 가치”라며 “(해당 의상은) 물품 자체만 놓고 봤을 땐 (낡고 해져) 금액적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방송사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대물 관련 물품이 수집품으로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집품 기준) 해설서가 있는데, 그에 맞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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