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 안 먹이던 홍준표
야당 대표 말본새가 너무 싫다”
대체로 김경수 후보 우세 점쳐
“알바 2시간만 써도 부담 훌쩍”
시장에선 정부 최저임금에 불만
“드루킹 어쩌고 카는데 정치하면서 흠 없는 사람이 어딨겠노.”
지난 29일 경남 김해 장유전통시장에서 만난 노모(75)씨는 6ㆍ13 지방선거 화제를 던지자 “김경수(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뻔질나게 장유에 온다”면서 이렇게 반응했다. 평생을 김해에서 산 ‘토박이’라는 노씨는 곧장 자유한국당에 대한 품평도 이어갔다. 그는 “김태호(자유한국당 후보)가 싫은 건 아닌데 당이 너무 싫다”며 “원래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에는 홍준표 대표가 나오면 텔레비전을 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 동부권은 부산ㆍ경남(PK) 탈환의 본거지로 삼는 민주당이나 수성(守城)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한국당 모두 총력을 기울이는 곳이다. 현지 분위기는 최근 나오는 김경수 후보 우위의 여론조사 결과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었다. 105만여명으로 경남 최대 인구를 보유한 창원을 시작으로 김해와 양산까지 동부벨트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정서는 한국당에 대한 실망과 민주당에 대한 기대로 요약됐다.
창원에서만 30년을 넘게 살았다는 박모(62)씨는 “김태호 후보가 경남지사를 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지사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안 찍는다”고 단칼에 잘라 말했다. 창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한지윤(32)씨도 “어렸을 때는 민주당을 찍으면 나라를 팔아먹는다고들 했는데 이제는 다른 엄마들도 한국당 찍으면 나라를 팔아먹는 거로 생각한다”고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바람에는 한국당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 했다. 창원에서 16년째 택시운전을 한다는 차모(62)씨는 “(홍 대표 측근인) 조진래라는 사람을 (창원시장에) 꽂았는데 한 번도 못 들어본 이름”이라며 “아마도 3등 하면 잘하는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해에서 만난 주부 이정미(42)씨는 “홍준표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에는 아이들 밥 안 먹인다고(무상급식 중단을 지칭) 해서 고생시키더니 지금은 야당 대표가 말본새가 그게 뭐냐”고 반문했다. 김경수 후보의 지역구였던 김해는 6년 전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에게 당했던 패배가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신도시인 장유3동에 살고 있는 이모(34)씨는 “보궐선거 후보가 누군지 모르지만 김경수만 믿고 1번을 찍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해에서 25년째 택시운전을 한다는 김모(56)씨는 “나는 한국당 지지자라 김태호를 찍을 건데, 결과는 김경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하지만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창원의 대형마트에서 콜밴 기사로 일하는 최모(53)씨는 “뭔가 안 좋은 냄새가 난다. 미투로 걸린 안희정(전 충남지사)이처럼 뒤탈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장모(63)씨도 “일단은 수사 중인 사항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전통시장은 물론 지난 대선 당시 양산 내에서 가장 많은 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몰아준 물금신도시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물금신도시에서 친구와 함께 술집을 창업했다는 최모(26)씨는 “지금은 가족이 도와줘서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르바이트생을 딱 2시간만 써도 1만 5,000원을 줘야 한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택시기사 김씨는 “경기는 매년 어려워지고 있어 밥 먹으러 식당 가는 사람도 줄고 있다”며 “손님들 얘기 들으면 최저임금 올라서 (자영업자들은 업자들대로) 어렵다 하는데 월급 받는 사람들도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같다”고 전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바른미래당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주민들도 일부 있었다. 장유신도시에서 만난 사는 하모(31)씨는 “바른미래당 후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드루킹 사건이 만약 진실이라면 민주당의 대안은 한국당이 아닌 바른미래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ㆍ김해ㆍ양산=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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