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통일펀드, 판문점 선언 후 반전... 북한 지정학적 위치가 최대 기회"

알림

"통일펀드, 판문점 선언 후 반전... 북한 지정학적 위치가 최대 기회"

입력
2018.06.01 04:40
18면
0 0

“투자자 문의 많아 재운용 결정

경협 과정 따라 4단계 전략

테마에만 편승한 투자 금물

국제적 경쟁력 등 살펴야”

김연수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이 5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자산운용 본사에서 통일르네상스 펀드의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이자산운용 제공/2018-05-31(한국일보)
김연수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이 5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자산운용 본사에서 통일르네상스 펀드의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이자산운용 제공/2018-05-31(한국일보)

하이자산운용은 올해 초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이하 하이통일펀드)를 청산하려 했다. 2014년 5월 출시된 이 펀드는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철수 등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되며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아 3년 6개월 간 설정액이 15억원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설정액이 50억원도 안 되는 소규모 펀드는 당국의 규제도 많아 하이자산운용은 청산으로 방향을 정한 뒤 더 이상 판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반전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판문점 선언’ 이후 갑자기 하이통일펀드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쇄도했다. 설정액도 한 달 새 7억원 이상 늘며 22억원을 돌파했다. 남북 경제협력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며 누적 수익률도 30일 기준 78%까지 치솟았다. 하이통일펀드를 책임지고 있는 김연수 주식운용팀장은 31일 “투자자 문의가 계속 이어져 결국 펀드 운용을 계속 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남북 경제협력 과정을 네 단계로 구분한 투자 전략을 세워 둔 상태다. 우선 철도ㆍ도로ㆍ통신 등 북한의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1단계), 개성공단을 재개해 북한 내 산업생산기반을 재정비(2단계)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 투자가 활발해져 북한이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되면 기계 소재ㆍ부품 수요가 증가(3단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비 증가(4단계)가 이어진다. 김 팀장은 “사실상 전무한 북한의 산업 인프라를 끌어올리는 데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과거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초기에는 구 동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회보장성 지출이 우선됐고 이후 기업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그 동안 북한의 숙명과 최대 약점으로 여겨진 지정학적 위치가 앞으로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남한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맞닿아 있어 소비 시장을 확보하는 게 용이한데다가 주변 국가들의 물류 허브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들도 투자 기회를 엿볼만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북한이 개혁개방 계획만 잘 세운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섬나라 경제’나 다름 없던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대륙 경제’에 편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들어 성장이 멈춘 내수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팀장은 그러나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채 ‘경협’이라는 테마에만 편승해 상승하고 있는 일부 종목 투자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중국이나 미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국내용’에 불과한 회사가 경협 테마에 엮여 상승하는 것은 ‘묻지마 투자’가 부른 거품”이라며 “경협주 중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어디인지, 실질적으로 시장이나 생산기지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