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둘러맨 카메라 가방이 낡고 닳았다. 현장의 치열함을 말해 준다. 그 안에는 사진가의 무기, 카메라와 렌즈가 자리잡고 있다. 가방 두 개에 담긴 장비 값만 3,000만원이 넘는다. 요즘엔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지만, 손에 익은 구형 DSLR 카메라도 현장에 동행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비들이 좋아지고 있다. 광량이 많지 않아도 촬영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영화에서도 현실감을 중시하는 추세라 인공 조명은 되도록 쓰지 않는 분위기다. 조원진 실장은 그 때문에 “영화 촬영장은 카메라 실전 테스트를 하기 좋은 장소”라 했다.
기술발달은 비용증가이기도 하다. 작업을 위한 컴퓨터는 최고급 사양으로 고른다. 그래 봤자 길어야 5~7년 정도다. 카메라도 그렇다. 필름으로 작업하던 때엔 현상료와 인화료를 투자배급사에서 내줬다. 지금은 없어졌다. 카메라 장비 값에 포함된 셈이다. 사진 값도 제자리걸음이다. “직업이니까 장비 구입은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주기가 자꾸 빨라지니까 사진가들끼리 푸념하긴 해요. ‘돈 벌어봐야 장비 사느라 다 쓴다’고. 우리도 돈 좀 모아 보고 싶어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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