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빌보드 200’ 차트 1위, ‘핫 100’ 차트 10위를 달성하며 연일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기록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이들은 세계적인 미국 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수상했고,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무대에도 올랐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수 3억건이 넘은 뮤직비디오 콘텐츠를 4곡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모두 K팝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과는 남다르다. 전 세계적 신드롬을 낳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개그 소재의 콘텐츠로 단발성 화제에 그쳤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팬들과의 유기적 소통, 차별화된 퍼포먼스, 위태로운 청춘을 대변한 콘텐츠로 단단한 팬덤을 구축했다. 충성심 높은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신곡 ‘페이크 러브’가 공개됐을 때도 여지없이 큰 힘을 발휘했다.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중소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출발한 이들은 정규 1집 앨범 타이틀곡 ‘데인저’가 공개 하루도 안 돼 차트 밖으로 제외되는 등 활동 초반 위기를 겪었다. ‘흙수저’ 아이돌 가수로 출발한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월드 스타가 됐을까. 이들을 키운 대표곡들을 돌아봤다.
1. 2013년 ‘노 모어 드림’ (No More Dream)
‘힙합 아이돌 가수’로 첫 발을 디딘 데뷔곡 ‘노 모어 드림’(2013)은 1990년대 갱스터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 출연 기회도 적었고, 소속사 사정상 프로모션에도 한계가 있어 이 때부터 SNS를 통한 소통에 공을 들였다. 앨범 판매량은 3만장이었다.
저조한 성적에도 ‘노 모어 드림’이 의미 있게 여겨지는 건 이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잘 드러난 곡이기 때문이다. ‘왜 자꾸 딴 길을 가래 야 너나 잘해. 제발 강요하진 말아 줘.’ ‘시간 낭비인 야자에 돌직구를 날려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 꿈을 특별 사면.’이라는 등 꿈 없이 방황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녹였다. 이후에도 방탄소년단은 욜로(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 정신을 노래한 ‘고민보다 GO’, N포 세대를 노래한 ‘쩔어’ 등 시대 정신이 담긴 곡으로 10대 팬의 각광을 받았다.
2. 2015년 ‘아이 니드 유’(I NEED U)
방탄소년단은 ‘청춘 2부작’ 콘셉트로 미니앨범 ‘화양연화 pt.1’을 발표하면서 정체성을 굳혀나갔다. ‘화양연화 pt.1’의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는 끝나가는 사랑을 붙잡고 싶어하지만 이내 시들어버리는 청춘의 사랑을 그렸다.
강렬한 콘셉트, 칼군무에 치중했던 이전과 달리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며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각 멤버별 특색이 드러나는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캐릭터를 부여하며 개인별 이미지와 역할을 구축했다. 전 멤버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뮤지션으로 역량을 다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 니드 유’는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 일본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1위를 달성했다.
3. 2015년 ‘쩔어’
온라인을 통해 응집력을 보였던 팬덤은 이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커지기 시작했다. 난이도 높은 안무가 돋보이는 ‘쩔어’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퍼지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됐다.
당시 유행하던 ‘K팝 해외 반응’ 영상에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소재로 쓰이면서 이들의 퍼포먼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의사, 경찰, 카레이서 등 각종 직업군으로 변신한 무대의상을 입은 독특한 콘셉트도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쩔어’는 1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3억 1,000건을 기록 중이다. 이후 지난해 발표한 ‘낫투데이’ 뮤직비디오가 수 십명의 댄서들과 함께 추는 칼군무로 화제가 되면서 방탄소년단은 다시 한번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4. 2017년 ‘봄날’
힙합 비트에 강렬한 분위기를 추구하던 이들은 힘을 뺀 서정적인 힙합으로 한층 확장된 음악성을 보였다. ‘봄날’도 멀어진 친구와의 재회를 기다리며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청춘곡이다. 멤버 RM과 슈가의 실제 경험담을 녹여낸 가사가 돋보인다. 특히 RM이 주요 멜로디를 작곡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프로듀서로서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봄날’은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차트에서 15위에 진입했다. ‘버블링 언더 핫 100’차트는 ‘핫 100’차트에 아쉽게 진입하지 못한 25위까지의 순위를 발표하는 차트다. 빌보드는 "‘봄날’은 쟁쟁한 경쟁이 이뤄지는 ‘2017 그래미 어워즈’ 주간에 발매되었고, 일요일(현지시간)에 공개되면서 다른 곡들에 비해 데이터 취합 기간이 짧았음에도 대기록을 썼다"고 평했다.
5. 2017년 ‘DNA’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미국 팬들의 ‘떼창’을 불러오며 화제가 된 곡이다. 해외 음악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EDM 팝 장르로 K팝으로는 독특한 구조를 선보였다. 곡 전반에 깔린 휘파람 소리가 톡톡 튀는 분위기를 살린다.
성과가 화려하다. 미국 빌보드 ‘핫 100’ 67위,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1위를 기록했고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3억회를 돌파했다. 미국 레코드산업협회에서 ‘골드’ 디지털싱글 인증까지 받는 영예도 안았다. 이는 디지털싱글과 앨범 판매량에 따라 나누는 집계로 골드, 플래티넘, 멀티 플래티넘, 다이아몬드로 나눠 자격이 인증된다. 미국 시장에서 ‘DNA’로 역사적인 무대들을 몇 차례 선보이면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 차트 1위 기록의 초석을 다진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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