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제대로 즐기는 법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인터뷰
“왜 전통 소주는 꼭 도자기 잔에 따라 마셔야 하죠?”
우리 술 알리기 활동을 하고 있는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는 우리 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마시는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흔히 전통 소주라고 하면 고상한 도자기 병에 담긴 쓴 소주를 떠올리기 쉬운데, 와인처럼 다양한 맛과 빛을 지니고 있는 우리 술도 주변에 많다”며 “전통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우리 소주를 즐기는 저변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래 대기업 와인 사업부에서 일했다. 업무 상 외국에 있는 다양한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를 방문해 봤는데, 갈 때마다 아름다운 와이너리의 조경과 좋은 와인 맛을 부러워하며 ‘우리나라에도 와인 같은 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우리 술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국내 한 양조장을 방문한 뒤였다. 그는 “국내 양조장을 방문해 보니 외국 와이너리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 맛이 너무 좋아 또 다시 놀라게 됐다”며 “10여년 간 주류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 이런 맛있는 우리 술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부끄러워 우리 술 알리기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도중 전국 각지에 있는 다양한 전통 소주를 시음해 보길 권했다. 특이한 점은 술 색깔과 맛에 따라 그가 내놓은 술잔 모양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술 마다 각각의 색과 향과 독특한 맛이 있는 데, 우리는 전통 술이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인 도자기 잔에만 따라 마신다”며 “전통 소주도 와인처럼 디캔팅을 하거나 입구가 넓은 잔에서 공기와 접촉하면서 마시면 더 풍부한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고정 관념을 벗어나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으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전통주도 외국 술처럼 매실청을 가미해 칵테일처럼 마실 수 있고, 술이 쓰다면 얼음과 함께 ‘언더락’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며 “술과 함께 먹는 음식도 파전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음식과 함께 마시면서 나만의 술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 전통 소주가 더 알려지기 위해선 술을 만드는 주류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각 지방마다 서로 다른 제조법과 술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개발하고 술 특징에 맞는 독특한 디자인 병을 개발하는 등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간이 된다면 국내 양조장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우리 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한 전국 30여곳의 양조장을 방문하면 다양한 전통주 체험과 함께 지역 관광까지 할 수 있다”며 “전통 소주를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 쉽게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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