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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기업이라던 삼바에 분식 의혹... 180도 달라진 금융감독

입력
2018.06.05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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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前정권 금융위 ‘우량 기업’ 평가

정권 바뀌자 정반대 해석 나와

일관성 없는 정책에 혼선

“정부 인허가 결정 신뢰 잃으면

기업 투자ㆍ영업활동 위축” 지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기 위한 금융위원회 2차 감리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기 위한 금융위원회 2차 감리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지금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당국이 ‘분식회계’를 문제 삼아 상장폐지를 결정해도 크게 놀랄 상황은 아니다. 바이오 투자 열기를 타고 올해 4월 장중 60만원까지 치솟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5월 초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며 5월 4일 36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40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잘나가던 삼성바이오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뒤바꾼 분식 논란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라”는 특명에 따라 선별한 삼성의 ‘신수종’ 사업에 포함돼 2011년 출범한 삼성바이오는 2011~2014년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2015년 순이익 1조9,000억원의 알짜 회사가 됐다. 그 기세로 2016년엔 코스피 시장 상장에도 성공한다.

이는 이전까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회사’로 분류해 지분 취득금액(약 2,900억원)을 회계장부에 적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를, 2015년부터는 사실상 지배력을 잃은 ‘관계사’로 변경해 지분의 시장가액(약 4조8,000억원)을 기재하면서 장부상 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요즘 떠들썩한 분식 논란은 바로 이 회계처리 과정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시화로 회사 가치가 높아져 애초 공동투자를 하며 지분을 ‘50% - 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바이오벤처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이 경우 회계상 지배력을 상실하는 만큼 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당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것이었고, 국내 3대 회계법인의 자문도 거쳤다는 게 삼성바이오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갑자기 회계 방식을 바꿀 근거가 부족했다”며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세 차례의 회계감리위원회에서 마라톤 토의를 거친 이 사안은 오는 7일 첫 회의가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판정이 날 예정이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감리위원 사이에서도 입장이 대등하게 갈릴 만큼 논란이 여전한 데다,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물론 삼성바이오조차도 일찌감치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혼란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규제의 기준이 근본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대 대상’이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시가총액(6,000억원)과 자기자본(2,000억원) 이상이면 매출액이나 이익 조건과 관계없이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도 고쳤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작년 2월 국회에서 “해외(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우량기업을 국내 시장에 붙들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답했다.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 역시 “2015, 2016년 회계보고서 감사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다”며 당시 회계처리에도 별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는 사이 시민단체(참여연대)의 분식 의혹 문제제기와 금감원의 특별감리를 거쳐 이번엔 정반대 해석이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번처럼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사안이 정권에 따라 정반대로 규정되고 바뀐 기준을 내세워 재단하려 든다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거라 우려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결정한 정책ㆍ사안이라면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기업도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금융위가 만약 이번엔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한 입으로 두말하는 꼴이 돼 정책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되면, 기업들 사이에 인허가 결정이 나중에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로 인한 비용이 더욱 커져 투자와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도의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준경 교수는 “어떤 게 분식회계인지, 분식이 생겼을 때 어떻게 처벌할지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투명하고 확실하게 만들어 놓아야 정권에 따라 결정이 바뀌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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