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대형 인명 피해를 낼 뻔했던 서울 용산 4층 건물 붕괴 사고는 재개발 구역 노후 건물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재개발 구역 내 낡은 건물은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철거하기 전까지 어떤 형태로든 이용하는 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안전 우려가 높은 건물 주변에서 이번처럼 먼저 대형 재개발 공사가 진행될 경우 건물 붕괴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재개발 사업 주체인 조합은 말할 것 없고 마찬가지로 안전 관리에 무신경했던 건물 소유주와 지자체 모두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한 용산 재개발 5구역은 2006년 도시환경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6년 사업 시행 인가 결정이 났다. 사업 주체인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의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4구역에서는 2년 전부터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사고 구역 주민들은 이 아파트 공사 이후 벽에 금이 가는 등 건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구역 내 자리 잡은 2~6층 건물들은 규모가 적어 시설물안전법상 지자체 관리 대상이 아니다. 위험 관리의 우선 책임이 조합과 건물주에게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경우 조합은 전문가를 동원한 안전 진단에 돈이 든다는 이유로, 건물주는 어차피 철거 예정 건물이라는 이유로 안전 대책을 외면하기 일쑤다. 당장 안전의 위협을 받는 세입자도 건물주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에 정색하고 지자체에 민원을 넣기도 어렵다.
지자체 책임도 없지 않다. 건축법 등에 따라 안전에 취약하거나 재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는 어떤 건물이라도 직권으로 안전 점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주민들이 1년 전부터 구청에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는데, 용산구가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살폈더라면 나지 않았을 사고다.
사고가 난 뒤 서울시가 정비사업지역이지만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은 309개 지역의 노후 건물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인파 없는 휴일이었기에 망정이지 평일이었으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났을지도 모를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더 이상 재개발ㆍ재건축 구역이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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