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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허기간 10년-5년-10년 오락가락... 속 타는 면세점

입력
2018.06.06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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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은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단체관광객 급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수익성 악화 등으로 역대 최악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 DF5 구역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최고가를 써내고도 후보에서 탈락했다. 업계 1위 타이틀을 뱃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5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점유율은 1위 롯데면세점(42.4%)에 이어 신라면세점(29.5%), 신세계면세점(12.2%)으로 추산되는데, 최근 들어 롯데면세점의 점유율이 36%까지 떨어지면서 2위 신라면세점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두 구역을 신라면세점이 차지할 경우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격차는 더 좁혀질 전망이다.

한때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던 롯데면세점의 입지가 좁아진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면세점 정책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의 첫 단추는 2013년 이른바 ‘홍종학법’으로 불리는 관세법 개정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12년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은 면세점 특허 기간을 기존의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동갱신되던 기존 업체의 면세점 특허권을 만기에 재심사받도록 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면세 사업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었으나 오래지 않아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커 흑자를 내기까지 대략 4, 5년이 걸리고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진 10년 이상 걸린다”며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특허권을 반납하게 되면 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 유지가 불투명하면 해외 명품 유치가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는 한국의 특허 기간 단축을 두고 “한국 정부가 제 발에 총을 쏜 격”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부작용은 금세 드러났다. 시장이 훼손되며 기업은 손실을 보았고 허가권을 쥔 관세청에선 비리가 발생했다. 2015년 11월 SK워커힐점이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하며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날아가고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당시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관세청의 점수 조작으로 인해 탈락하기도 했다. 6개월 만에 다시 특허권을 획득했으나 문을 닫은 동안 수천억원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올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며 치명타를 입었다. 신 회장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가 박탈된다.

홍종학법에 따라 새로 특허권을 취득한 업체들도 중국의 사드 보복과 맞물려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전했다. 두산이 운영하는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1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갤러리아면세점63을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지난해 면세점 사업부문에서 4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SM면세점 역시 지난해 2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에 대해 정부가 원칙 없이 개입하며 시장이 훼손됐고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함께 면세점 업계가 공멸의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업계가 초토화된 뒤 뒤늦게, 면세점 특허 기간은 5년 전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점수 조작을 계기로 출범한 면세점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대기업의 면세점 특허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현재 특허 갱신은 중소ㆍ중견 기업만 1회 가능한데 이번 권고안은 면세점 특허 기간을 기존 5년으로 유지하되 대기업은 1회, 중소ㆍ중견기업은 2회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은 최대 10년, 중소ㆍ중견 기업은 최대 15년까지 면세점 운영을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특허권을 쥐고 면세점 업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정책 실패가 반복될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면세점업계는 갱신 횟수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허심사가 여전히 5년마다 반복되면, 과잉 투자를 부추길 수 있어, 경영상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반대로 신규 특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고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만 규정하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를 없앨 수 있고, 정부도 독과점이나 특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TF 위원장을 맡은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기에 상당히 많은 투자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수용해 특허를 한 차례 갱신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갱신횟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또다시 특혜에 대한 비판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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