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유일의 평화당 현직 시장에
민주당 도전…엎치락뒤치락 접전
신 청사ㆍ혁신역 신설 놓고 격돌
2년 뒤 총선 전초전 양상 총공세
시민 “조직보다 인물자질에 한 표”
전북 익산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63) 전 전북도의회 의장의 ‘탈환이냐’와 전북 14개 시ㆍ군 현역 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평화당 소속인 정헌율(60) 시장의 ‘수성이냐’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정 후보의 재선 가도에 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 접전이다. 이한수 전 시장 이후 무소속 박경철, 평화당 정헌율 시장에게 내리 두 번 뺏겨 탈환의 절박감이 있는 민주당과 유일한 현역 단체장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평화당이 총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선거는 2년 뒤 치러지는 총선까지 연계돼 민주당이나 평화당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결과에 따라 갑 지역구의 민주당 이춘석(3선) 사무총장과 을 지역구의 평화당 조배숙(4선) 대표의 위상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양당 핵심 지도부는 잇달아 익산을 방문해 후보 지원에 총력을 쏟으며 사활을 걸고 있다. 익산시 함열읍 와리 출신으로 한 동네 선후배 사이인 두 후보의 상대를 향한 선거전도 치열하다.
김 후보는 시의원과 도의원 등 16년간 지방의원을 지내며 밑바닥을 훑어왔다. 그는 국가식품클러스터ㆍ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설립, 카이스트와 인공지능기반 의료융합산업 및 연구교육기관 유치, 원도심 도시재생 뉴딜사업 및 시청사 신축, KTX 역세권 간선도로 조속 완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일자리 2만개 창출, 지역 내 총생산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인구 30만 붕괴와 지역경제 침체로 위기에 빠진 익산을 집권여당과 청와대, 익산시의 삼각 공조체제를 구축해 살려 내겠다”고 강조했다.
정통 관료 출신의 정 후보는 2016년 박경철 전 시장의 당선무효형으로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33년 행정전문가 경험과 중앙정부 인맥 등 다양한 경륜을 바탕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정 후보는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사업 조기 착수, 컨벤션호텔 및 지식산업센터 건립, 시청 신청사 신축, 인구 30만 사수, 역사문화 관광도시 기틀 마련 등을 제시했다. 정 후보는 “올해는 전국체전, 신청사 건립, 도시재생사업 등의 중요 현안사업이 있다”며 “현안을 차질 없이 매듭짓고 새 중장기 과제를 안정적ㆍ연속적으로 이어가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두 후보는 신청사 건립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뚜렷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모두 청사 신축에는 찬성했지만 재원 확보를 놓고 공방이 뜨겁다. 김 후보는 “신축을 적극 찬성하지만 신청사를 어떤 돈으로 지을까가 문제다. 시민의 뜻을 모아 추진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정 후보는 “청사 신축을 민주당 시장 20년 동안 풀지 못했지만 최근 국가공모사업에 선정돼 해법을 찾았다”며 청사 신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된 KTX 혁신역 신설 문제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서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김 후보는 “익산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역이 생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익산역의 환승 체계와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도 “익산역에서 13.5㎞ 떨어진 곳에 혁신역을 짓자는 건 전북도가 다 같이 죽자는 것과 같다”면서 “혁신역사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 예산을 민주당 의원이 반영했는데 이를 막을 의사가 있느냐”고 김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밖에 KTX 익산역사 활용방안, 저조한 국가식품클러스터 분양 방안 등을 놓고도 두 후보의 해법이 달라 시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익산시민은 그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한수, 박경철 전 시장 재임기간 10년의 경험을 통해 겪은 학습효과가 있다. 이 학습효과는 이번 선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전임 시장들에게 당한 시민들은 조직도 중요하지만 후보자 자질과 인물을 보고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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