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 지지율 46.6% 압도적
구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이 후보 상계동 출신에
젊고 똑똑 지역 열정도 대단”
한국당 강연재 존재감 미미
주민들 “이번에 처음 알았다”
“구청장 했던 김성환입니다.” “아이고, 구청장님. 다음에 뵐 때는 호칭이 달라지시겠습니다.”
6ㆍ1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9일 남겨둔 4일 오후 2시30분. 점심시간이 지나고 여유를 되찾은 듯했던 서울 상계동 보람아파트 단지 상가가 일순 들썩이기 시작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노원병 후보가 등장하면서다.
두 차례 노원구청장을 지내며 안면을 튼 덕분인지 그를 향한 상인들의 환대는 각별했다. 대부분 오랜만에 찾은 단골손님을 대하듯 반갑게 웃으며 김 후보를 맞았다. 카운터 뒤쪽 액자에 김 후보의 명함을 끼워두고 있던 제과점 주인 최모(63)씨는 “김 후보는 노원에서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까지 했는데 한결같은 사람”이라며 “저런 분은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와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 간 3파전으로 압축된 노원병은 전통적으로 야당세와 진보성향 후보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다. 다만 2008년 18대 총선 때는 홍정욱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진영 간 혼전양상을 띈 적도 있다. 19대 총선은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2013년 보궐선거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 20대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깃발을 꽂았다.
반면 이번엔 여당인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세를 비껴가지 못하는 듯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얻은 46.6%의 지지율이 말해주듯, 이날 만난 구민들은 대체로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60)씨는 “원래 노원이 야당 성향이 강한데, 노회찬이나 안철수 모두 뽑아주니 전부 도망가서 이번엔 안 뽑을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공인중개사 장일수(62)씨도 “딸 둘은 이준석을 지지하는데, 그래도 이번 선거는 넉넉하게 김성환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데 비해 구정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상계중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신모(69)씨는 “시장에 주차장 만들어준다더니 그대로고, 여전히 화장실도 없어서 농협 화장실을 상인 전체가 쓰고 있다”며 “말만 요란했지 해준 게 없다”고 혹평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노원(No won)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드는 등 화려하지만 실제 구민 생활엔 도움이 안 되는 일을 많이 벌였던 것 같다”고 평가하며 “7호선 급행열차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이준석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김 후보를 뽑지 않겠다고 말한 구민 대다수는 30대 청년 정치인인 이 후보에게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그가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쌓아 온 대중성은 유권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노원역 인근에서 이 후보를 먼저 알아보고 다가가 악수를 건넨 김모(46)씨는 “지난 총선 때도 출마했다가 떨어지지 않았나. 젊은데도 지역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낮은 정당 지지율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했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 때는 ‘네가 좋은데 나이 때문에…’라면서 뽑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당 때문에…’라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라고 했다. 직장인 오모(55)씨도 “이 후보는 나이는 어리지만 상계동 출신이고 똑똑하다”면서도 “아까운 인재이긴 한데 소속 정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실제로 표를 줄지는 모르겠다”고 망설였다.
기호 2번을 달고 출사표를 낸 강연재 한국당 후보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오랜 기간 이 지역에 공을 들인 다른 두 후보보다 구민들과의 접점이 적은 게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금선(58)씨는 “강연재는 이번에 아예 처음 알았고 주변에서도 찍겠다는 목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김성환과 이준석의 싸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의재 인턴기자(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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