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껍데기’와 ‘새우 껍질’ 중에는 어떤 것이 맞는 말일까? 국어사전에 수록된 말이 아니니 ‘껍데기’와 ‘껍질’의 사전 정의에 기대어 판단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껍데기’를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과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으로, ‘껍질’을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로 풀이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을 봐도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전 정의상의 구분만큼 실제 용법에서의 구분이 명확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새우 껍데기’만큼 ‘새우 껍질’도, ‘귤껍질’만큼 ‘귤 껍데기’도, ‘밤 껍데기’만큼 ‘밤 껍질’도 많이 쓰인다. 게다가 국어사전엔 ‘조개껍데기’와 ‘조개껍질’ 모두 표준어로 수록되었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들 수밖에. “굳이 ‘껍데기’와 ‘껍질’을 구분해 쓸 필요가 있을까?”
이런 의문에 봉착한 이들에게 ‘조선어사전’(1938)은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준다. 이 사전에선 ‘껍더기’와 ‘꺼풀’을 ‘껍질’과 같은 말로 보고, ‘껍질’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①동ㆍ식물의 거죽을 싼 물건. ②열매의 거죽을 싼 물건. ③모든 물체의 거죽을 싼 물건.’ ‘껍데기’와 ‘껍질’과‘꺼풀’ 사이에 개념적 차이는 없다고 본 것이다.
‘껍데기’와 ‘껍질’과 ‘꺼풀’을 구분하여 기술한 것은 ‘큰 사전’(1957)부터다. 독립적인 뜻을 지닌 낱말은 표준어로 인정하여 뜻풀이한다는 원칙에 따라 미세한 의미 차이를 포착하려 한 결과다. 그러나 현실에서 수용된 건 애초 그 용법에서 차이가 있던 ‘꺼풀’ 뿐. 사람들의 의식 속에 얽혀 있는 뜻을 사전에서 분리한다고 말의 쓰임이 섬세해지는 건 아니었다. 결국 사전은 현실 언어를 앞설 순 없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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