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도 막판까지 공방
성 김 “회담 전날에도 최선희 만날 듯”
김정은ㆍ트럼프 회담 이틀전 도착
“현장에서 직접 지휘 의중인 듯”
트럼프 “평양에 대사관 개설 검토”
“종전선언으로 비핵화 담판” 관측
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온 10일에도 양국은 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 현지에서 비핵화 해법을 두고 막판까지 힘겨루기를 벌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이틀이나 남겨둔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것도 사전협상이 마지막까지 거듭될 것으로 예상하고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미국은 특히 회담이 다가올수록 종전선언 등 대북 체제보장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비핵화 부분 협상이 원만하지 않자 체제보장 방안을 지렛대 삼아 최대치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겠다는 셈법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국이 내놓을 카드를 마지막까지 지켜본 뒤 비핵화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버티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맡았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도 싱가포르에서 접촉해 의제조율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판문점에서 6차례 만났지만 여전히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대북 체제보장 방안을 정상 간 합의문에 어떻게 반영할지 확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 대사는 10일 자정께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회담 하루 전인 11일에도 최 부상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만날 것 같다”며 회담 직전까지 의제 조율 협상이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합의문 도출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로 출국하며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단 한번의 기회”라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대목은 뒤집어 보면 아직 핵심 의제에 대한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질문에는 “1분 이내에 알아차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대화를 계속 이어가지 않겠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담판으로 이끌 무기는 현재로선 종전선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는 7일(현지시간)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평양의 미국 대사관 개설도 새로운 유인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부분의 진전에 따라 평양의 미국 대사관 개설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미국이 해줄 수 있는 당장의 체제보장이란 결국 종전선언”이라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 반출 또는 폐기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이후에도 북미 회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미국에서 경제적 보상이나 체제보장 방안이 언급되는 만큼 이를 지켜보면서 비핵화 부분에서의 양보 수위를 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CVID의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핵개발 관련 인력과 지식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서 북한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CVID 공세에 맞서 마지막까지 버티려 할 것”이라고 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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