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의 투자의 기초] <9> 북핵 협상이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
먼 훗날 막연한 가능성으로만 간주했던 북핵 협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자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핵 관련 협상 진전으로 인해 경기 북부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북한 관련 테마주가 주목되고 있다.
자산투자 업계에선 1990년대 독일 통일과 홍콩의 중국 반환 사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곳 모두 역사적인 사건 이후 건실하게 성장했고, 자산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환경 변화 당시 두 곳의 자산가격은 여의치 않은 경제로 인해 상당 기간에 걸쳐 부담을 받았다. 이런 사례를 참조하면 정치환경 변화가 경제와 자산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연하면 자산가격은 당장 또는 가까운 미래의 경제 여건에 의해 형성된다.
우선 독일통일 건이다. 90년 7월 1일 서독과 동독 간에 경제통합이 이뤄졌다. 실질적으로 독일이 통일된 것이다. 그런데 독일 주가는 90년 7월을 기점으로 반락했다. 이후 독일 주가는 92년 10월까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선진국 주가의 추세적 상승과 대비된다. 이는 89년 독일 주가 상승이 다른 선진국보다 가팔랐던 후유증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당시 독일성장률이 예전 대비 급격하게 둔화됐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홍콩의 중국 반환 건이다. 영국은 97년 1월 100년간 조차했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 이 기대로 홍콩 주택가격지수는 95년 4분기 102.6에서 97년 3분기에는 169.5까지 올랐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됨에 따라 중국 본토에서 많은 이가 이동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 주택가격지수는 97년 3분기 이후 줄곧 떨어져 2003년 3분기에는 59.3이 되었다. 홍콩 반환 이전의 지나친 집값 상승 후유증이 개도국의 외환위기와 맞물려 집값이 폭락한 것이다.
이 두 사례는 정치 요인이 투자가의 기대를 부풀려 자산가격을 올릴 수는 있지만 자산가격은 결국 경제 요인에 의해 형성됨을 시사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각 경제연구소와 단체들이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고 있다. 또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상장기업 이익이 답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점은 상당 기간에 걸쳐 각 자산가격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으로 연계된다.
그렇다고 자산가격이 우려할 상황에 처했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물론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은 공급 과잉과 맞물려 부담스럽고, 주식투자도 기업이익 답보 전망을 감안할 때 주저된다. 이익 답보 전망은 이익 감소의 완곡한 표현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낮은 절대 금리수준은 자산시장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금리가 낮으면 자산가격의 하방경직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2~16년 중 기업이익이 답보 내지 감소했지만 주가가 일정 범주에서 등락했고, 2010~13년 주택시장이 어려웠지만 기간 중 각 연도의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0.4~4.5%에 그친 것은 절대 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향후에는 주택가격의 약보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는 일정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각 자산에 큰 기대를 갖는 것도 자제해야 하지만, 불안한 시각에서 볼 것도 아닌 듯싶다. 또 두 부문 이외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증권사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4% 내외의 금리상품도 고려해볼 만하다. 전 IBK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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