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기하겠다고 밝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동창리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험장 폐기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응하는 북한의 대미 신뢰구축 초기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핵무기를 탑재한 상태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운송체계 개발 중지 의사를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로 보이려 한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폐기 대상으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성능 시험장’을 꼽고 있다. 지난해 3월 조선중앙통신에서 김 위원장 참관 하에 백두산 엔진을 개량한 고출력 엔진을 시험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곳이기도 하다. 2008년 9월부터 가동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과 인근에는 탄도미사일 등을 지지할 수 있는 10층 높이(50m) 타워를 비롯해 각종 미사일 관련 연구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이래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미사일들을 모두 이곳에서 발사했다.
동창리 시험장은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는 ICBM용 백두산 엔진을 시험한 곳인 만큼 폐기의 상징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번 핵실험의 중심지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듯 미사일 엔진 시험의 중심지인 동창리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이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기도 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ICBM 모라토리엄(시험 유예) 준수로 성의를 보인 것”이라면서 “미사일 기술 유출 등을 우려, 폐기 후 미국 사찰단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창리 시험장과 함께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장도 폐기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곳에서 콜드런치(Cold-launchㆍ냉발사체계), 즉 잠수함에서 고압증기를 이용해 수면 위로 미사일을 쏘아 올린 뒤 점화하는 실험을 지난해 3차례 이상 진행한 바 있다. SLBM도 ICBM과 마찬가지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기 대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평안북도 이하리 미사일 시험장의 시험용 발사대를 자체적으로 폭파했다고 보도해 이곳도 폐기 후보지로 거론된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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