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영화의 계절이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영화 축제들이 곳곳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극장가를 장악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와 기발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짙푸른 자연에 파묻혀 영화를 즐길 수 있어 관객에게 사랑 받는 곳이다. 특히 덕유산 중턱 대집회장 언덕에 누워서 풀벌레 소리 들으며 영화를 보는 심야 야외 상영이 유명하다. 깊어가는 여름밤의 낭만과 힐링은 덤이다. 한 번도 못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는, 매력적인 영화제다. 6회를 맞은 올해는 21일부터 5일간 전북 무주군에서 열린다.
프로그램도 색다르다. 개막작은 고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1972년작 ‘효녀 심청’을 ‘만추’ 김태용 감독과 윤세영 무대감독이 퓨전 음악극으로 재해석한 ‘AASSA, 필름 심청’이다. 고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등나무운동장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황금광시대’와 버스터 키튼의 ‘손님 접대법’이 각각 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과 뮤즈그레인의 라이브연주와 함께 상영된다. 하림과 조정치, 박재정의 개막 공연, 시인 이병률과 하림의 토크콘서트, 정인과 에디킴의 합동공연 등 산골콘서트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다음달 6일에는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서울 충무아트센터와 DDP,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흘간 열린다. 극장가에서 만나기 힘든 뮤지컬영화 35편이 관객을 기다린다. 개막작은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1988년 서울올림픽 기록영화에 라이브공연을 더한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다. 이 다큐멘터리가 일반에 공개되는 건 30년 만에 처음이다. 라이브공연은 음악레이블 푸른곰팡이를 이끄는 조동익과 조동희가 음악감독을 맡고, 장필순, 이승열 등이 참여한다.
세계적인 거장들이 연출한 뮤지컬영화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피니안의 무지개’, 노만 주이슨 감독의 ‘지붕 위의 바이올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 등 8편이 특별 상영된다.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교회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새터데이 처치’, 남녀 10쌍의 연애담을 실험적으로 담아낸 ‘헬로 어게인’, 무성영화 형식과 EDM을 결합시킨 ‘일렉트릭 하트’ 등 신작 영화도 놓치면 아쉽다.
한국영화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를 찾아가자.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CGV용산아이파크에서 열린다. 전체 출품작 1,189편 중에서 엄선된 58편이 ‘비정성시’(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드라마), ‘희극지왕’(코미디), ‘절대악몽’(공포), ‘4만번의 구타’(액션) 등 5개 부문에서 상영된다.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장편영화제로 제작된 ‘12번째 보조사제’(‘검은 사제들’ 원작)와 ‘용순, 열여덟번째 여름’(‘용순’ 원작)도 초청됐다. 사회 각 분야 성평등 요구에 발맞춰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삶을 관찰한 여성감독 작품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도 마련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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