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언, 파장을 일으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에도 이 방침을 확인했다. 그러나 훈련중단 범위와 관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핵심 관계자들의 발언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동맹국이 연관된 안보관련 결정을 내부 조율 없이 내렸다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숀 해너티에게 “우리가 (북한과) 신뢰를 갖고 협상하는 동안에는 전쟁게임(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전쟁게임을 멈춰야 한다. 이는 재정절감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체적 비핵화 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안전보장책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펜스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정기적인 준비태세훈련은 계속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공화ㆍ콜로라도)은 펜스 부통령이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정책오찬에서 이런 방침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가드너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펜스 부통령은 정기적인 준비태세 훈련(regular readiness training)과 교대 훈련(training exchanges)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펜스 부통령 부통령의 대변인인 앨라이사 패러는 트위터를 통해 “펜스 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가드너 의원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확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펜스 부통령이 군사 준비태세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반년마다 하는 워게임은 중단하더라도 정기적 준비태세 훈련은 계속된다’고 발언했으며 이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한미연합훈련 중 워게임 형태로 실시되는 훈련은 3월 키리졸브 연습과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및 관계 구축을 위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기간에는 이런 대화를 더욱 원활히 진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13일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북한이 선의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한다면 연합훈련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까지 북한이 주요 군비를 축소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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