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막판 경기도지사선거 판을 뒤흔든 이재명 당선인의 ‘여배우 스캔들’은 민심의 물길을 되돌리지 못했다. 이 당선인의 사생활 의혹보다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보수적폐 심판론’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70,8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대한 기대감 등도 한몫 거들었다. 다만, 압도적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권까지 바라보던 이 당선인의 정치적 내상도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인천에서는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를 곤혹에 빠뜨린 정태옥(대구북갑) 전 대변인의 소위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이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듯 결정타가 됐다.
경기도지사선거 개표가 57.89% 진행된 14일 오전 1시 현재 이 당선인이 55.07%의 지지를 얻어 36.79%에 그친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18.28% 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 당선인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했던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득표율은 4.86%에 머물렀고, 이홍우 정의당 후보(2.54%)와 홍성규 민중당 후보(0.72%)가 뒤를 이었다. 방송 3사의 사전출구조사에서도 이 당선인(59.3%)이 남 후보(33.6%)에 승리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그 동안 여론조사에서 10,20% 대에 머물던 남 지사의 지지율이 이 당선인의 스캔들 여파 등으로 30%대까지 올랐지만, 뒤집지는 못한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경기지사 선거구도 역시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개인 스캔들을, 지지율 높은 여당에 표가 쏠리는 ‘밴드웨건(Bandwagon Effect)’ 효과가 덮었다고 봤다.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대북관계 복원을 바라는 표심이 문 대통령과 같은 당인 이 당선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 당선인이 지난 탄핵국면에서 보여준 차별성과 대중성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한국사회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려는 ‘정체성’ 있는 유권자가 결집한 것”이라고도 했다. 도백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지만, 이 당선인의 차기 행보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범 야권에서 선거 불복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야당의 고발로 그에 대한 수사는 진행될 것이고, 도덕성 논란은 지속해서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시장 ‘이부망천’ 지역비하 발언… 선거 막판 승패 쐐기 분석인천시장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박남춘 당선인(56.73%)이 유 후보(36.68%)를 넉넉히 따돌리고 있다. 출구조사에서도 박 당선인(59.3%)이 유 후보(34.4%)를 24.9% 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예측됐다. 막바지 일부 여론조사에서 13% 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졌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야당의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유 후보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당내 인사의 특정지역 비하가 수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정 전 대변인의 ‘이부망천’ 발언이 유 후보 패배에 쐐기를 박았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이번 경기ㆍ인천 광역선거 결과에 대해 “탄핵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1야당의 몰락과 진로를 찾지 못한 제3정당의 부진이 확인된 선거”라고 평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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