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계속 우려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날 “(한반도의) 전반적인 풍경이 달라졌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훈련을 일시 중단(pause)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 훈련중단은 한미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해리스 지명자는 최종 결정은 국방부 소관이라는 점을 전제로, 주한미군의 일상적인 훈련은 지속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지명자는 "지난해에는 전쟁이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 있었고, 한미연합훈련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극적으로 달라진 곳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이슈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지만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미 국무부의 '최대 압박‘ 정책과 유엔의 제재, 많은 국가의 혹독한 제재이행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싱가포르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면서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증명될 때까지 이런 제재들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계속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AP통신은 풀이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뒤 올린 트위터 글에서 "더는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 모두가 이제 내가 취임한 날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지명자는 "우리의 한국에 대한 동맹 약속은 철통 같은 것이며, 변함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결정들은 동맹 차원의 결정이고, 이런 결정들은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이뤄진 것"이라며 "(미국)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군 4성 장군 출신인 해리스 지명자는 지난달 18일 주한 미국대사에 공식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해리스 지명자를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했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에 따라 자리를 바꿔 주한대사로 재지명했다. 해리스 지명자가 공식 임명돼 한국으로 부임하면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떠난 이후 계속된 대사 공백 사태가 해소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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