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장 현장에서 축구를 관전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관전했다. 히잡을 쓰고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경기를 지켜봤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월드컵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상반된 러시아와 사우디 여성 팬들의 응원 모습과 경기를 지켜보는 현장 사진들을 담아 소개했다. 이 매체는 “많은 러시아 여성 팬들이 크롭 탑을 입고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며 “그러나 사우디 여성 팬들은 머리와 얼굴을 덮는 스카프를 쓴 채 오직 눈만 내놓고 경기를 보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사우디에서 남성의 전용 공간으로 여겨지던 축구장에 여성 관중이 입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이다. 이는 온건한 이슬람국가를 추구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조치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 왕실은 지난해 10월 여성의 운동경기 관람을 허용하겠다는 칙령을 내린 바 있다. 1월 사우디의 자국리그를 보기 위해 처음 여성들이 입장했을 때 현지 여성 축구 팬은 “사우디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사우디 여성 팬들은 처음 즐기는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0-5 참패를 지켜본 뒤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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