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못 해서 그런 거지 뭐."
15일 오전 강남을 대표하는 주택 단지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황모(67)씨는 '첫 민주당 구청장' 탄생의 배경에 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틀 전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남구청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순균(66) 후보가 당선됐다.
정 당선인은 민선 자치가 시행된 1995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정당 소속이 아닌 후보로 강남구청장이 됐다. 자유한국당 장영철(62) 후보를 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웃 송파구에서도 민주당 박성수 후보가 한국당 박춘희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16년 만에 구청장 자리를 탈환했다.
황씨는 "한국당이 크게 지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강남구청장만큼은 이번에도 당연히 한국당이 될 줄 알았다"면서 "아마 한국당은 강남에서 진 게 제일 충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이유 없이 홍준표(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못 해서 진 거라고 본다"면서 "박근혜(전 대통령)가 잘못한 것부터 쌓인 게 이번에 터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다른 주민 장모(66)씨는 "사실상 민주당이 아니라 문재인(대통령)이 이겼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남 사람들이 민주당이 좋아서 찍었겠느냐"면서 "홍준표는 못 하는데 문재인은 잘하니까 이번에 한 번만 찍어준 거라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강남이지만 젊은층의 표심은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최모(42)씨는 "어르신들은 이번 투표 결과를 보고도 '온 국민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떠받든다'고 욕하셨다"면서 "우리 40대만 해도 생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남에 쭉 살았다는 최씨는 "나도 어릴 때는 부모님 따라 '1번' 찍고 했는데,
'최순실 게이트' 이후로 한국당이 싫어졌다"면서 "앞으로도 한국당 쪽은 안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전통적인 지지층인 강남 주민이나 노년층 표심을 붙들 만한 공약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뽑을 사람이 없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조모(77·여)씨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한국당이 '그나마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서 뽑아왔던 건데, 이번엔 그래 보이지 않았다"면서 "강남에선 당연히 되겠거니 하고 신경을 안 쓰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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