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검찰 내 최정예 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맡기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한 고위법관이 대상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사를 앞두고, 검찰이 정공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올 1월 참여연대 등이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불법사찰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 사법 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 10여건을 3차장검사 산하 특수1부(부장 신자용)에 재배당했다.
이 사건이 재배당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기존 부서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원래 이 사건을 맡았던 2차장검사 산하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그룹 노조 와해 공작 사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과 중앙지검 부서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수뇌부가 이번 사건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의식, ‘원칙대로 수사’ 기조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권력형 비리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부서로, 수사역량이 뛰어난 검사들이 거쳐가는 최정예 부서다. 특히 과거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반부패부로 간판을 바꾸고 직접 수사를 하지 않게 되면서, 검찰 내 가장 중요한 수사 부서가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이명박 대통령 비리 수사를 전담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검사는 이번 주 예상되는 검찰 인사에서 유임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상징적 의미는 물론 가장 막강한 수사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법원과 마찰이 없는 범위 내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대법원 자체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현직 대법관들은 재판 거래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어 강제수사를 놓고 검찰과 법원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논란이 된 문건들이 법원행정처장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고영한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전 대법관(전 행정처장) 등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안부서는 사회적 파장을 염두에 두고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만, 특별수사 부서는 최고 책임자를 겨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고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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