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 기간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포스터를 두고 “시건방지다”, “찢어버리고 싶다”고 비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공개 사과문을 올렸던 박훈(사진) 변호사가 논란 2주 만에 심경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18일 페이스북에 ‘시건방 시리즈와 조리돌림’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나를) 50대 꼰대의 반(反)페미와 반(反)여성주의의 대명사로 몰아가는 자들을 보며 날 선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논란 이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괜찮냐’는 안부 문자를 받을 때마다 짜증이 났다고 술회했다. 그는 “(당시) 내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그 벽보의 콘셉트였지, 결코 페미니즘과 개인을 비난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글투가 그리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썼다. 이어 “(그런데 나를 향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는 것을 보고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벽보 논란 이후 그의 시집을 펴낸 출판사에 “왜 그런 자의 시집을 엮었느냐”, “저것도 꼴이 시인이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내가 그 정도로 인식이 저열했으면 하는 자들의 바람이었는지, 50대 386 출신들은 어쩔 수 없는 XX들이라고 하나의 상징처럼 공격거리가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나를) 저열한 놈으로 몰면서 씹고, 조리돌림해서 배설의 쾌락을 만끽한 자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은 명징해졌다”고 글을 맺었다.
박 변호사는 지난 4일 신 전 후보의 선거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1920년대 이른바 계몽주의 모더니즘 여성 필(Feel)이 나는 아주 더러운 사진을 본다. X시건방진,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라고 써 논란이 됐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같은 날 사과문을 올리고 “페미니즘과 후보를 비방하는 관점은 전혀 없이, 사진 구도와 벽보의 분위기에 대한 저의 비평이었다.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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