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을 피해 제주로 온 대규모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 따라 인도적인 차원에서 제주도와 관련 기관들이 공동으로 지원에 나섰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김도균 법무부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장, 장한주 제주경찰청 외사과장은 19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내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해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8일 현재까지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은 561명으로, 이 중 549명이 난민 지위 신청을 했다. 또 지난 4월 30일부터 이뤄진 법무부의 ‘출도제한(타 지역 이동금지)’ 조치로 제주에 체류 중인 난민신청자는 486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여성은 24명, 18세 미만은 12명이 포함됐고, 가족단위로 입국한 10가족 중 4가족은 아동까지 동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는 우선 취업이 어려워 생활고를 겪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자원봉사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한다. 수술ㆍ입원 등 긴급구호를 위한 의료비도 지원되며, 숙소를 구할 형편이 안 되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된다. 도는 또 관광 목적의 무사증제도가 악용될 수 있는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거주지가 제주도로 제한된 예멘 난민신청자 중에서 질병이나 임신 여부, 영유아 동반 여부 등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 거주지 제한 해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도내 취업이나 한국사회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통역서비스를 확대하고, 취업 이후에도 주기적인 사업장 방문 등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도민 생활에 불안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제주경찰청은 도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예멘 난민신청자 숙소 주변과 주요 도로 및 유흥가 등을 중점 순찰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도균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예멘 난민신청자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정부가 예멘인 1인당 138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청장은 “난민 지원은 신청단계에서의 생계비 지원과 난민 인정에 따른 기초생활 지원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제주에서 예멘인이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가 없다”며 “신청단계에서 개별적인 심사를 거쳐 1인당 40만원 정도 지원되고,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지원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멘 난민신청자 중 현재 360여명이 생계비 지원을 요청했는데 아직 지원이 결정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한 지원은 난민지원단체나 제주도민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 체류 예멘 난민신청자들 대부분은 입국 과정에서 갖고 온 돈을 거의 소진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공원과 해변 등에서 노숙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법무부가 난민법상으로는 난민 신청 이후 6개월간 취업이 불가능하지만, 예멘인들의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출입국관리법상 예외 규정을 적용해 취업을 허가해줬다. 이에 따라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과 도가 지난 14일과 18일에 난민신청자를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가졌고, 현재 어선과 양식장에 271명이, 요식업에 131명이 각각 취업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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