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보석허가를 요청했다. 검찰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보석 불허 의견을 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강승준)는 20일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신 회장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신 회장 측이 제출한 보석청구서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신 회장 측은 14일 이달 말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신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이 올라왔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참석하고자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 회장이 1심에서 구속되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피고인 해임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제안했다”며 “이후 신 전 부회장은 막후에서 일본 주주들에게 해임하자고 설득하고 있지만, 신 회장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도주 우려에 대해선 “피고인 입장에서 억울하게 실형을 선고받았고, 누구보다 의혹 해소를 간절히 희망하는데 도주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또한 “현장에서 제가 직접 해명하고 싶지만, 만약 그게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로라도 입장을 설명하고 싶다”며 간절함을 표했다. 그는 “회사에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라며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신 회장에게 보석 사유가 없어 보석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그간 신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롯데 경영권 문제가 일단락 됐다고 수차례 주장했다”라며 “실제 신 회장은 구속된 이후에도 국내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1심 재판부는 실형 선고에 따른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통상적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에 비춰 피고인에게만 유독 불리하게 적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검찰 측은 신 회장(63세)보다 나이가 많은 박근혜 전 대통령(66세) 등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석이 인용된 사례가 없음을 지적하며 “피고인이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향후 높은 형이 선고될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보석 신청은 불허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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