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씨가 “난민을 이해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최근 불거진 ‘제주 예멘 난민’ 문제와 맞물려 네티즌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정씨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 관련 게시물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2015년부터 유엔(UN)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정씨는 지난해 말 쿠투팔롱 난민촌을 방문했다. 쿠투팔롱은 세계 최대 난민촌으로 미얀마 정부의 핍박을 이기지 못해 건너온 로힝야족 난민 90만 명 이상이 지내고 있다.
정씨는 “쿠투팔롱 난민촌에는 여전히 수십 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기약 없는 귀환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전 세계에서 6,850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며 “오늘 난민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달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쿠투팔롱 난민촌 사진과 함께 유엔난민기구가 18일 발표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관련 유엔난민기구의 입장’이란 글도 올렸다. 여기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강제소환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유엔난민기구 입장이 담겼다.
정씨가 올린 게시물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제주도에 살지도 않으면서 그런 글 올리지 말라”는 반감을 표현하는 의견과 “정씨를 응원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씨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는 네티즌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어 설전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무사증 입국이 가능했던 제주에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급기야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ㆍ무사증 입국ㆍ난민 신청 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불과 닷새 만에 20만 명의 서명을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난민 지원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예멘 난민들의 성별과 종교를 얘기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 문제와 관련한 일부 청원을 ‘표현 부적절’을 이유로 삭제 조치하자, 서명에 참여한 네티즌의 비난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은 예멘 난민들에게 인종 혐오 표현을 쓰기도 했다.
20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의 예멘인 등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 현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사증 입국 불허국가 11개국에 지난 1일부터 예멘을 추가한 상태”라며 “현재 예멘 난민이 500여명 들어와 있는데, 더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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