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ㆍ현직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등 공정위 최고위 간부들의 유관기관 불법 취업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공정위가 범죄 혐의를 파악하고도 고발하지 않는 등 대기업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타나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핵심 부서인 공정위를 전방위로 겨냥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0일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공정위 간부 등 퇴직자 10명 가량이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취업이 금지된 유관 기관으로 불법 취업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ㆍ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 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직무상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이유로 취업승인 심사에 탈락하는 경우가 생기자, 아예 심사를 거치지 않고 유관 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 내부에서 불법 취업을 묵인하거나 알선한 정황이 없는지, 공정위 조사를 받았던 기업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는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검찰이 불법 취업을 의심하는 간부 중에는 지철호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 9월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내다, 중기중앙회에서 상임감사를 맡았고, 올 1월 다시 공정위로 돌아왔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뒤 공정경쟁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같은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 부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4월에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관련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히 기업집단국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이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집단국은 지난해 9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대기업 감시를 목적으로 직접 만든 조직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검찰은 공정위가 신세계, 네이버, 부영그룹 등 대기업의 주식소유 현황 신고 등을 누락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부당하게 사건을 종결한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매년 주식소유 및 채무보증현황을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할 경우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속고발권(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한 것)이 적용되지 않아, 공정위가 이를 적발하면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관계자들의 관련 혐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영그룹 외에도 다른 기업들이 공정위의 ‘봐주기’ 혜택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 유착 의혹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료 제출 관련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내부 규칙에 따라 경고 조치해왔다"고 해명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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