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생존을 위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에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동시에 새로운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부여하는 방법 등이 추진되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중앙당 해체 시사’ 정도로는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할 길이 없다는 것을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6ㆍ13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았던 홍문표 전 사무총장은 2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홍준표 당대표의 품격 없는 발언이 낳은 국민들의 불만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구태정치 ▦새로움과 희망을 주는 북풍(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등)에 가려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 평가를 하지 못한 점이다. 당 수뇌부부터 하부까지, 당내 안정부터 이슈 선점까지 무엇 하나 잘 된 것이 없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홍 전 사무총장은 선거 참패에 대해 “우리가 정치를 잘못해서 그렇지 보수 자체가 궤멸된 건 아니다”라면서 “보수의 가치를 살리면서 현실성 있는 국가 정신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당은 우선 혁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태세다. 홍 전 사무총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김성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결정해서 전국위원회에서 추인을 받고, 비대위원장이 위원을 구성해 상임전국위원회 추인을 받아 (비대위가) 출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권한대행이 신속하게 해서 비대위원장에게 모든 걸 넘겨주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권한대행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참패 수습방안 기자회견에서 “외과적인 수술뿐 아니라 내과적인 수술, 또 정신과적인 치료까지 포함한 전방위적인 전권 혁신 비대위원장을 모셔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시사했다. 홍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으로 4, 5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대상을 좁혀가는 중이다.
비대위는 외부 인사 영입, 수뇌부 공천권 몰수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사무총장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중진들의 바통을 이어갈 인물로 “외부에서도 보수를 사랑하고 지향하는 분들을 모셔오는 방법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혁신을 추진했던 외부인사를 다시 영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분들의 조언을 들었던 것이 지금 실천이 안 됐다. 그래서 가능하면 새로운 분들을 모셔서 새로운 정당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홍 전 사무총장은 당내 파벌싸움의 원인을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공천권에 있다고 보고 “당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나 실무자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가장 우선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당원들에게 당협위원장 공천권, 국회의원 공천권을 주는 방법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쇄신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두언 전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를 통해 “한국당은 옛날 반공 이념에 안주하고 있었고, 기존 세력들이 기득권만 누리려고 해 앞으로 나아간 게 없다. 그 나물에 그 밥, 국민들이 식상해 한다”고 지적하면서 “혁신을 못 할 것이고 다음 총선에서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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