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특유의 과장법을 사용한 것일까.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 중 하나였던 북한의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와 관련, 아직 그 절차가 본격 개시되지 않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미 오늘 미군 유해 200구를 돌려받았다”고 밝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우리는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got back).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have been sent back)”고 말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과거ㆍ현재완료형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북한 측으로부터 미군 유해들을 이미 실제로 인도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이 같은 발언은 아직 사실이 아닐 공산이 크다. 이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관련 논의가 “진행 중(ongoing)”이라고만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북한이 250구 이상의 전사자 유해를 1, 2일 안에 송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사자 유해가 경기 오산의 미 공군 기지로 보내진 뒤,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로 송환돼 신원 확인작업을 거칠 것”이라며 향후 절차도 구체적으로 전했다. 채드 캐럴 주한미군 대변인도 워싱턴포스트에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이 이전에 발굴한 미군 유해의 송환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 또한 “현재 오산기지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며 “평일이 아닌 주말쯤(한국시간 기준) 송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군 송환이 임박했다는 ‘예고성’ 발언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며칠 내로 미군 유해를 송환할 것”이라는 전날 일부 미 언론의 보도를 약간의 과장을 섞어 직접 확인한 것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폄하하는 미 언론에 불만을 표하면서 나온 이 발언의 맥락을 고려할 때, 자신의 공로를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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