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찰에 모든 사건 ‘1차 수사권’을 보장하며 ‘수사종결권’도 안기는 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안을 내놨다. 요약하자면 ▦일반수사는 경찰 ▦특별수사(특수)는 검찰 ▦권력형 비리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맡기는 ‘수사 3륜’ 체제를 갖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확보한다는 게 핵심이다. 성공의 관건은 검찰에서 벗어나 1차 수사단계를 전담할 경찰 수사의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여전히 강력한 수사권을 쥔 검찰 독주는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수사권 조정 전제 조건이 된 공수처를 과연 신설할 수 있을지다.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핵심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서 1차 수사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경찰이 착수한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송치) 전에 검사 지휘를 금지하는 것이다. 검찰은 송치를 받고 나서, 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할 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경찰 견제장치를 갖게 됐다.
아울러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도 얻는다. 검찰의 법리 검토를 받지 않고 자체 판단에 따라 기소나 불기소 의견 송치로 1차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경찰에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동시에 준 것은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검경 수사권조정은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비친 바 있다. 지난 15일 수사권 조정 관련부처 오찬에선 “검찰과 경찰에서 같은 수사를 두 번 받은 건 인권침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조정안 발표에 참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이 서로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수사 독립’은 경찰 조직 차원에서는 반길 일일 수 있지만, 과거 정권에서 각종 인권 침해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고 여전히 권력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한 경찰이 새로운 권한을 오ㆍ남용하지 않을지를 두고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경찰이 부실 수사할 때 사건 종결 전까지 통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부 교수도 “경찰 통제 장치가 없어 제도 취지인 인권보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드루킹 사건처럼 경찰이 느슨하게 하다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검찰이 사실상 그 권한을 고스란히 행사하는 점도 일각에선 문제로 지적한다. 1차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지만 부패ㆍ경제ㆍ금융증권ㆍ선거범죄ㆍ군사기밀보호법 등의 사건에선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이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이유가 형사부 검사들의 잘못된 사건처리가 아니라 특수ㆍ공안 쪽 전횡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환부’를 제대로 짚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서도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이 직접 수사를 못하게 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적 수사 체계를 위한 나머지 세 번째 바퀴인 공수처의 경우 국회 처리가 계속 지연되는 문제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조 수석은 “이번 수사권 조정은 공수처 신설을 전제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결국 공수처가 신설되지 않는다면, 이번 검경간 수사권 조정은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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