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는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21일 국회로 넘어왔지만 향후 입법 절차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의 논의체인 사법개혁특위가 활동 시한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고, 법제사법위 논의에서도 보수 야권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성호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전달하면서 “정부도 어렵게 만든 안인데 국회에서 충분한 입법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공을 넘겨받은 국회가 이 문제를 방기하면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것”이라며 “사개특위를 연장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까지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최종 마무리된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할 사개특위 활동기한이 9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더불어민주당 사개특위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당장 다음 주라도 소위를 열어 논의하기 시작하면 하루 이틀 안에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원내 지도부와 특위 개최를 상의 중인데, 문제는 시간이 아닌 야당의 전향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 위원장이 이날 주장한 특위 활동기간 연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제는 남북특위를 띄워야 하는 만큼 사개특위 연장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지방선거 이후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당장 특위 연장을 결정할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개특위가 성과 없이 해산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두 달 넘게 표류하다 9월 정기국회에서나 협상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그간 보수 야권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안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법사위 논의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직도 검찰과 경찰이 권력 눈치를 보고 권력은 그에 따른 보은인사와 줄 세우기를 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은 서로 더 많은 이권을 챙기기 위한 싸움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것을 방지하는 개선책, 경찰 수사권의 민주적 통제 등 근본적 내용이 빠져있다”며 “정부가 국회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정 합의문을 발표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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