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ㆍ부산항서 알ㆍ개미집 발견
다른 곳서 번식 가능성 배제 못해
정부 32개 품목 컨테이너 조사 등
대책 세웠지만 화물의 5%에 그쳐
화주 적극 신고 기대하기 힘들어
최근 평택과 부산에서 잇따라 발견된 붉은불개미가 대량 번식을 위한 '결혼 비행'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인 ‘공주개미’가 이미 국내 항만에 서식하고 있는 셈이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뒤늦게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검역 구멍은 숭숭 뚫려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개미류가 섞여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코코넛껍질, 나왕각재 등 32개 품목에 대해 수입 컨테이너 전체를 개장 검사하기로 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푸젠성 등 불개미 분포지역 11곳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수입자에게 자진 소독을 유도하기로 했다.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은 항만에도 유인용 장치(예찰트랩)를 설치해 2주 간격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도 야적장 바닥 틈새 메우기, 잡초제거, 방역 등 환경정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범부처 대응은 최근 평택과 부산에서 이틀 간격으로 붉은불개미 수천 마리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8일 경기 평택항에서 애벌레를 포함해 일개미 7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어 20일 부산항 허치슨 부두 야적장 시멘트 균열에서도 40미터에 걸쳐 11개의 개미집과 함께 공주개미 11마리와 일개미 3,000여 마리, 알 150여개가 발견됐다. 이는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후 단일 건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당국은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공주개미가 날개가 달린 채 발견됐지만 수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공주개미가 결혼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결혼비행이란 교미를 위해 곤충의 암수가 섞여 날아오르는 것을 일컫는다. 여왕개미는 생애(12∼17년) 단 한번의 결혼비행에서 수개미와 교미해 저정낭에 정자를 채워두고 일생 동안 낳는 알과 수정시키게 된다.
그러나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지 다른 곳에서 번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평택항과 부산항에서는 애벌레는 물론 일개미 수천 마리와 알 150여 마리, 개미집까지 발견됐다. 공주개미와 수개미가 하늘로 치솟으면서 짝짓기 비행을 하고 이후 지상으로 내려와 개미집을 형성하고 군집을 구성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유입 전후 짝짓기에 성공해 대량 번식 단계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항에서 단 1마리만 발견됐던 붉은불개미가 불과 20여일 만에 수천마리로 늘었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선다지만 검역 사각지대는 커 보인다. 당국이 손댈 수 있는 화물은 사실상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일일이 화물을 열어보는 방식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화주의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수입 물품을 유통시키는 데 급급한 화주들이 신고에 적극 나설 지는 미지수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해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꿀벌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의 '곤충 독성지수'에 따르면 붉은불개미의 독성 지수는 1.2다. 이는 꿀벌 1.0보다는 높지만 작은말벌 2.0, 붉은수확개미 3.0, 총알개미 4.0 보다는 현저히 낮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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