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직 부여군수들, “한국 현대사 중요한 분 돌아가셨다”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고향인 충남 부여는 애도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김 전 총리가 태어난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장찬순 이장은 “이웃이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별세 소식을 알려줬다. 동네에 사시는 그 분의 친인척들의 연락도 왔다”며 “우리 마을의 자랑이자, 개인적으로도 인연을 맺어 존경하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장 이장은 “김 전 총리는 우리 큰 아버지와 친구셨다”며 “한 동안 고향을 떠나 서울 인사동에서 표구를 했는데 그 때 김 전 총리에게 액자를 많이 만들어줬다”고 회상했다. 장 이장은 그러면서 “손님들이 동네에 많이 오실 텐데 당장 주차장 하나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며 “돌담 마을로 지정돼 마련한 주차장 부지가 있지만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면사무소와 이 곳을 사용할 수 있게 협의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부여가 고향으로, 몇 해 전 퇴직한 김주찬 전 부이사관은 “그 분이 국무총리 시절 대통령 표창을 총리실에서 주실 때가 엊그제 같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돌아갔다는 게 당장 실감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이사관은 그러면서 “김 전 총리께서 뜻하지 않은 일들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원래 뜻은 그렇지 않다. 순리를 따지던 분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 “엄밀히 얘기하면 그 분은 지역을 위해 일한 분은 아니어서 한편으론 서운한 게 있겠지만, 나라를 위해 일하신 애국자 중의 애국자”라고 했다.
전현직 부여군수들도 김 전 총리의 별세를 애도했다.
김 전 총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보좌해 온 김무환 전 부여군수는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사신 훌륭한 분”이라고 고인을 설명했다. 김 전 군수는 “보름 전쯤 곡기가 끊어지고, 기력이 너무 쇠해 영양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하니 ‘뭐 하러 가느냐. 차 돌리라’고 했다”며 “요즘 들어 건강이 유독 좋지 않으셔서 안 그래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김 전 군수는 “그 분이 1987년 미국에서 귀국해 정치를 재개할 때부터 모셨다”며 “사실대로 진실을 담아 쓰면 상처받는 분이 많다면서 자서전도 쓰지 않으실 정도로 배려를 하고, 꼿꼿하게 살아오셨다”고 했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 중 한 분이 바로 김 전 총리”라며 “원로로서 정치, 특히 보수 입장에선 건강하셨다면 지금처럼 어려울 때 큰 역할을 해주셨을 텐데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요양하시는 게 평소 너무 아쉬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27일, 장지는 충남 부여군 외산면 가족묘다.
김 전 총리는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공주중ㆍ고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1961년 5ㆍ16 혁명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도왔다.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그 해 6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7ㆍ8ㆍ9ㆍ10ㆍ13ㆍ14ㆍ15ㆍ16대 등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정희ㆍ김대중 정부 시절 각각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고 총재를 지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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