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韓美 해병대훈련 KMEP 무기한 유예”
‘유사시 대북 침투’ 美 3해병기동군 참여 훈련
‘프리덤가디언’ㆍ’태극연습’ 이어 연쇄 중지
北 신속 비핵화 채근 위한 압박성 유인인 듯
북미 간 6ㆍ12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앞두고 한미 군 당국이 한반도에서 벌일 방침이던 군사훈련들을 줄줄이 뒤로 미루고 있다. 신속한 비핵화 조치 이행을 북한에 촉구하려는 취지의 ‘공세적 중단’ 성격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23일 “한미가 긴밀한 협의 하에 향후 3개월 이내 실시될 예정이던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ㆍ케이멥)을 무기한 유예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는 북미,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라며 “북한이 선의에 따라 생산적 협의를 지속한다면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제임스 매티스 장관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과의 협조 하에 엄선된 훈련들을 무기한 중단했다”며 “여기에는 ‘프리덤가디언’(한미가 매년 하반기 벌이는 대북 전면전 가정 연합 군사연습)과 함께 다음달부터 석 달 간 열릴 계획이던 2개의 한국 해병대 교환 프로그램(케이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케이멥은 한미 해병대가 한국에서 연중 실시하는 다양한 연합훈련을 통칭하는 말이다. 주로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해 있는 미 3해병기동군이 한국으로 건너와 참여하는데 소대급부터 대대급까지 다양한 규모로 훈련이 진행된다. 올해 계획된 케이멥 훈련은 총 19회인데 이미 11회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8번의 훈련 중 9월까지 예정된 2건의 훈련이 무기 연기 대상이다. 당장 다음달 경북 포항시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중대급 전술 훈련부터 미뤄졌다.
공격 전력인 해병대의 훈련을 늘 북한은 위협적으로 여겨 왔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게 미 3해병기동군의 움직임이다. 유사시 가장 먼저 한반도로 건너와 대북 침투 및 증원군 전개에 필요한 정지 작업을 하는 게 이 부대의 임무여서다. 연례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 ‘독수리’(FE)의 일환인 ‘쌍룡훈련’을 유독 북한이 맹비난하는 것도 해병대 훈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이어 케이멥을 중단 대상으로 고른 건 이런 사정이 감안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1976년부터 이뤄져 오던 연례 미 해병대 기초전지훈련(KITP)의 이름이 케이멥으로 바뀐 건 2011년부터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훈련 장소가 기존 경북 포항시와 경기 포천군 미군 훈련장에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도서로 확대되고 훈련 내용도 조정됐다. 서북 도서 훈련은 북한의 도서 침탈 시도 같은 국지 도발을 저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가중된 2015년부터는 연 10회가량이던 훈련 횟수도 19회 안팎으로 늘었다.
이로써 6ㆍ12 북미 정상회담 뒤 한미가 중단하기로 결정한 훈련은 3가지다. 앞서 8월 진행 예정이던 UFG 중 한미 연합훈련인 프리덤가디언의 유예가 19일 발표됐고, 당장 26~28일 실시될 예정이던 ‘워 게임’(war game) 형식의 한국군 단독 지휘소훈련(CPX) ‘태극연습’도 함께 연기됐다. 한미가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UFG 중 한국 정부 자체 군사 지원 훈련인 ‘을지연습’도 중단될 개연성이 충분하고, 북미 간 대화 국면이 이어지면 나머지 해병대 연합훈련과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등 올 하반기 훈련들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대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상반기 훈련인 ‘키리졸브’(KR)와 FE 등도 중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케이멥 중단 발표는 조만간 성사될 듯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제3차 방북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공동 합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언급을 누차 해 왔다. 미국이 초기 비핵화 조치 이행 차원에서 핵 시설ㆍ물질ㆍ무기 목록을 다음달까지 신고하라고 북한을 채근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연쇄적 훈련 중단 결정을 압박성 비핵화 유인책(인센티브)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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