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더는 갈 곳이 없습니다."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레질라(35·여)씨는 난민심사 일정 문의 차 25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레질라씨는 "서울 등 다른 곳에 가서 취업해 돈을 벌면서 고향에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겠다"며 "난민 인정 전에 제주도에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도록 한 출도 제한 조처를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예멘인 등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인정심사가 시작됐다.
인정심사는 심사관과 통역직원이 개별적으로 심층면접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난민인정신청서에 기재된 출생, 가족관계, 난민 주장 이유, 박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이날 예멘인 한명을 시작으로 난민 자격을 신청한 549명 중 제주에 있는 486명에 대해 먼저 차례로 진행한다.
난민신청자 중에는 7세 미만 어린이 3명과 17세 이하 청소년 12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3명은 법무부의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지기 전 다른 지방 간 인원이다.
이들도 다시 제주로 와 심사를 받으려면 8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출입국·외국인청은 신속한 심사를 위해 난민심사관을 기존 1명에서 2명을 충원, 3명으로 늘렸다.
법무부 소속 아랍어 전문 통역직원 2명도 추가 배치했다.
예멘인 이외에 중국인과 인도인 등 다른 국적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도 동시에 이뤄진다.
심사가 끝나면 난민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인도적 체류허가와 난민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난민심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에도 난민 자격이 주어지지 않으면 90일 이내 행정소송을 걸 수 있다.
난민심사 첫날인 이날 심사 일정과 더불어 취업 여부를 문의하려는 예멘인들의 발길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이어졌다.
제주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다는 예멘인 아볼나세르 바킬 모흐(26)씨는 "오늘 밤부터 머물 곳이 없어 도움을 청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 일주일간 어선 선원으로 일했으나 고용주에 의해 해고됐다.
체류 자금도 떨어져 숙소를 구할 처지도 못됐다.
하산(38)씨도 동료 예멘인 3명과 함께 어선 선원 일을 하다가 3명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하산씨는 "예멘 상황이 좋아진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곳에 남아있는 5살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멘에서는 언론사 기자, 운전사, 판매업 종사자 등 다양한 직종에 있는 많은 사람이 고국을 떠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 나라 문화를 무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난민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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