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상가나 사무실, 공장 등에 딸린 토지(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종부세율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부세가 부과되는 최저 과세기준은 현행(80억원)대로 유지된다. 시가 200억원에 가까운 비주거용 토지 소유자도 종부세를 전혀 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소극적인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재정개혁특위 등에 따르면 현재 토지에 대한 종부세는 나대지(빈 땅)나 임야 등 종합합산토지는 높은 세율(0.75~2.0%)로, 별도합산토지는 낮은 세율(0.5~0.7%)로 매기고 있다. 한 재정개혁특위 위원은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세율을 높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2일 재정개혁특위는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하며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종부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유지 또는 세율 인상(0.1~0.2%포인트씩 인상)’의 복수안을 제시했다. 최종안은 세율 인상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경우 추가 세수효과는 1,921억(0.1%포인트 인상)~3,843억원(0.2%포인트 인상)으로 추계된다.
토지에 대한 종부세는 종합합산토지(건물이 없는 임야 등)와 별도합산토지(상가나 사무실 등 건물에 붙은 토지)로 나눠 징수된다. 토지 공시가격을 합한 금액에서 일정 금액(종합합산 5억원, 별도합산 80억원)을 빼고(공제)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과세표준(과표)을 구한 뒤 과표에 다시 세율을 곱해 종부세를 산출한다. 그 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생산 활동과 무관한 법인의 과도한 토지 보유를 억제하고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별도합산토지에 대해선 세율을 인상하고 공제금액(80억원)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별도합산토지의 종부세 부과 ‘기준점’인 공시지가 80억원을 낮추는 방안은 재정개혁특위의 최종 권고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도입 초기 별도합산토지의 과세 최저 하한은 공시지가 40억원이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8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토지 공시지가는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시가 200억원 미만의 비주거용 토지를 보유한 이른바 ‘갓물주’ 등은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재정개혁특위 위원은 “세율 인상에 더해 과세 최저하한까지 조정되면 수도권 공장부지 등을 보유한 기업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종부세를 전혀 내지 않는 분리과세대상 토지(골프장, 고급 오락장, 과수원 등)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은 아예 특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택보다 토지의 불평등이 훨씬 심각한데 재정개혁특위의 방안은 너무 소극적”이라며 “별도합산토지의 세율을 대폭 강화하거나 과세 최저 하한을 낮춰 기업들이 생산활동과 직접 관계가 없는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주거용 토지의 경우 소수 기업으로의 소유 집중이 심각한데 이에 대한 과세(종부세)는 약한 편”이라며 “종부세 목적이 이런 부분을 완화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란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체 법인 보유 토지가액(699조4,000억원) 중 상위 1%가 갖고 있는 토지가액은 491조1,000억원으로, 70.2%를 차지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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