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25일 추서됐다. 23일 김 전 총리 사망 직후 “실패한 인생. 가는 마당임에도 좋은 말은 못하겠다. 징글징글했다. 애도하지 말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을 낳았던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는 추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황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국무총리를 하게 되면 당연히 훈장을 주는 것은 정치인들이 정부 관료가 되고 나면 훈장이 자동으로 수여되게 만들어놓은 일종의 훈장 나눠먹기”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 전 총리가 갖고 있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쿠데타 세력의 일부였다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입으로 (5ㆍ16 쿠데타의) 주역이라고 말한, 총을 갖고 권력을 찬탈해 민주공화정의 기본 틀을 훼손시킨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 전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을 잡은 덕에 정권교체를 이뤄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김 전 총리가 갖고 있었던 정치의 스탠스는 무조건 살아남기”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지역감정을 유발시켜 장기 집권을 기획한 사람이고 그것을 고착화시킨 사람이 김 전 총리인데, 전라도와 경상도를 편 갈라 대립시키고 그 가운데서 충청권을 대표하면서 정치 인생을 이어갔으니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 전 총리의 정치를 두고는 “자신의 권력욕과 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한 그 정도”라고 황씨는 평가했다. “김 전 총리의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도 (김 전 총리가) 얼마나 많은 부정축재를 했기에 뒤를 다 털어서 국고 자금 200억원이 넘게 나왔다. 그게 국가를 위한 것이냐. 그 정도의 사람에게 어떻게 국가가 훈장을 수여할 수 있는지 시민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전 총리에 무궁화장을 추서하는 것에 반대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이완구 전 총리는 25일 추서 찬반 논란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본인이 인생을 어떻게 살았나 평가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황씨는 “요즘 정치 안 하고 철학 하시는 건가”라며 “돌아볼지 말지는 시민들 각자 결정할 문제이지만 정치인의 과거에 대해서는 같이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추모 기사를 내놓은 언론에 대해서도 황씨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은 정치 행위를 통해 온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 행위에 대해 더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죽음으로 공적인 일에 덧칠을 하고 미화하는 언론이 시민의 입장에서 보기 거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에게 수여된 무궁화장은 국민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국민훈장 중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궁화장을 받은 사람은 총 809명. 재판 거래 의혹의 중심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관례에 따라 이 훈장을 받았다. 국무총리 가운데선 이윤영 이회창 정원식 전 총리 등은 받았으나 이해찬 한명숙 황교안 전 총리 등은 받지 못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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