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허위사실들로 가득
광고까지 붙은 동영상 유포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도 넘어
“양예원에게 고소를 먹었습니다.”
직장인 김모(25)씨는 유튜브에서 최근 의심쩍은 영상을 봤다. 피팅모델 성추행 사건 피해자 양예원씨를 비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경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정배우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한 남성이 12일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40만건에 육박했다. 김씨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어 믿음이 안 가는 영상에 광고까지 붙어있더라”라고 했다. 27일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돼 있다.
한국일보 확인 결과 양씨는 정배우를 고소한 적이 없다. 양씨 사건을 맡았던 조순열 변호사는 “양씨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라며 “정배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은의 변호사는 “정배우가 허위 사실 유포로 피해자를 조롱하고 부당 수익까지 얻고 있다”라며 “조만간 서울서부지검에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해당 영상을 제작한 경위 등을 묻기 위해 정배우에게 연락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정배우 외에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 피해자를 향한 비난은 물론, 허위 사실까지 퍼뜨리며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이를 동영상으로 전파하는 과정에서 광고 수익까지 벌어들이는 실정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피해자인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모욕하는 내용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있다. 김씨가 안 전 지사와 불륜 관계라거나 성폭력은 없었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 또는 원색적인 욕설이 대부분이다. 앞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관련자 4명을 경찰에 고발 조치해 현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문제 영상들을 확인한 후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튜브는 성범죄 2차 가해 영상에 대해선 삭제는 물론 영상을 올린 계정을 해지까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관계자는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인 내용을 포함한 영상은 삭제할 수 있다”라며 “영상을 통해 타인을 위협하는 경우에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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