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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도 덮친 무인화, 일자리 갈등 폭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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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도 덮친 무인화, 일자리 갈등 폭풍 온다

입력
2018.06.27 04:40
수정
2018.06.27 09: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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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무인운전 확대 추진 

 8호선 28일, 내달 5일 시운행 

 노조 “효율 명분 구조조정” 반발 

 4차 산업혁명 시대 갈등 예고편 

 대체 일자리 만드는 노력 필요 

[저작권 한국일보] 무인열차 송정근기자 /2018-06-26(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무인열차 송정근기자 /2018-06-26(한국일보)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15, 20일 지하철 8호선에서 기관사의 운전 없이도 전동차 운행이 가능한 전자동운전(DTOㆍDriverless train operation) 시험 운행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같은 무인 시스템 확대가 직원들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단순 노사 문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예고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무인시스템이 민간 분야에 이어 공공부문에까지 본격적으로 도입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관련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가 ‘DTO’와 스마트 스테이션을 통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인력 감축을 하고 있다”며 “무인운전과 무인역사 추진을 중단하고 안전 인력을 충원하라”고 촉구했다.

DTO는 기관사가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전동차의 출발과 정지, 출입문 개폐가 가능한 자동 운전 시스템으로, 공사는 오는 28일과 다음달 5일 추가로 시운행을 실시한다. 스마트 스테이션은 역마다 설치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통해 역사를 사각지대 없이 관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8일 지하철 5호선 군자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공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노조는 지하철 운영에 사람의 역할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결국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임형석 노조 역무본부장은 “회사 입장에선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이후엔 인력 채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예산 수 천억원을 들여 지금 인력 구조를 한 번에 감축하려는 획기적인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 스테이션 사업에는 올해 171억원, 2022년까지 2,000억원이 투입된다. DTO 확대도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인력 확충을 하지 않기 위한 사측의 방어 논리가 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실제로 공사는 2013년부터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무인운전 도입을 검토해 왔다. 당시 서울시가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30억원을 주고 실시한 ‘시정 주요 분야 컨설팅’에서 무인운전이 처음 언급됐다. 맥킨지는 완전한 무인운전 방식인 UTO(unattended train operation) 시스템을 2022년 8호선, 2026년 6호선, 2029년 7호선에 순차 도입할 경우 2030년 기준 590억원의 비용 절감을 예상했다. 공사는 무인운전에 대한 시민 불안감과 거부감을 고려해 ‘사람’이 타는 DTO 방식을 우선 시도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DTO는 비상 상황 시 관제소에서 원격 조정이 안 되기 때문에 UTO와 달리, 반드시 기관사가 탑승해야 한다.

무인운전은 현재 부산지하철 4호선, 인천지하철 2호선, 신분당선, 의정부 경전철 등 짧은 노선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설계 단계부터가 아닌 이미 운영 중인 지하철에 무인운전을 도입하는 것은 서울지하철 8호선이 처음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인건비 절감 전략의 하나로 이미 무인 시스템을 대폭 확대 중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선 기계가 주문을 받고, 주차비 정산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예전엔 사람들이 대신했던 자리들이다. 지금까지는 무인화가 비정규직, 비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공공 부문에서도 고속도로 통행 요금 자동 징수 시스템인 ‘스마트톨링’, IoT 기술을 통한 수도ㆍ가스 원격 검침 등 향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무인화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수록 일자리 문제로 대표되는 첨예한 사회갈등도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확산된 기간이 넓게 잡아도 최근 5년이었는데 이 기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 중 29개 나라에서 고용증가율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무인운전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니 이번과 같은 갈등이 발생했다고 본다”며 “자동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보면, 아르바이트가 사라지고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성원들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에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공기업의 목표 중 하나인 만큼 전직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직원들이 다른 형태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무인 운영을 통해 늘어난 영업 이익을 기금으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전직 상담이나 교육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선순환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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