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64곳 중 50곳은 인상 안 해
협약 안한 업소 인상률도 낮아져
상권 하락기 접어든 후 상생협약
신촌ㆍ압구정 등에선 효과 미미
“법적 효력 없는 협약” 한계도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과 성동구 건물주들의 상생협약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성동구가 지난해 하반기 지속가능 발전구역(서울숲길ㆍ방송대길ㆍ상원길)의 상가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평균 인상률 4.5%로 2016년 하반기(18.6%) 대비 14.1%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를 아예 인상하지 않은 점포도 조사대상 64곳 중 50곳이나 됐고, 특히 상생협약에 동참하지 않은 건물주들의 점포 임대료 인상률도 17.7%에서 4.3%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상생협약의 효과가 지역 전체 임대료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외에도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임대료 인상 자제를 다짐하는 자율적 상생협약을 맺은 사례가 많다. 홍대, 신촌ㆍ이대, 서촌, 압구정로데오, 성북구, 용산전자상가 상권 등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곳들에서 시ㆍ구청의 중재나 임대ㆍ임차인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이미 상권이 하락하기 시작했을 때 협약이 체결된 경우가 많아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도 있다. ‘골목의 전쟁’의 저자인 상권분석가 김영준씨는 “홍대, 신촌, 압구정처럼 한번 떴다가 가라앉은 상권은 기존 유동인구가 이미 다른 상권으로 이동한 상태라 회복이 쉽지 않다. 임대료도 이미 너무 올라있어 임대료 동결 효과도 크지 않다”라며 “이대 앞 상권살리기 사업이던 청년몰도 정부 지원금이 끊기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는 “반면 성동구나 해방촌 신흥시장의 상생협약은 상권이 살아있을 때 선제적으로 이뤄져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생협약이 법적 효력 없는 자율 협약 방식이라는 점도 한계다. 임대인에게 참여를 강제할 수 없고, 안 지켜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건물 소유주가 바뀌는 경우에도 쉽게 무력화된다. ‘상생도시’의 저자인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은 “결국 신뢰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한 것 같다”라고 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관계자는 “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한 서촌도 상생협약을 체결한 곳이지만 현재 분쟁 중인 곳만 4, 5곳에 이른다”고 했다.
상생협약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을 준수하는 수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정한도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내용이라 보호기간인 5년이 지나면 임대인이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올리거나 기존 세입자를 쉽게 내보낼 수 있는 상가임대차법의 한계는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법을 피해 임차인들을 내모는 꼼수가 기승을 부리기에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차인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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